2010 대한민국 트렌드
CHAPTER 1 소비 트렌드 : 소비자 속에서 길을 잃다
최고를 찾아 떠나는 서비스 투어리즘 - 소비자들의 욕망은 무한하다
영어 교육을 위한 단기유학이 선두에, 레저ㆍ예술 서비스를 위한 해외여행이 그 뒤, 그리고 의료 서비스가 그 다음을 잇는 모양새로 서비스 투어리즘의 전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호흡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소비자들의 욕망은 무한하다. 경제성장이 가져다 준 높아진 소득, 문화수준, 그리고 다양해진 소비욕구는 점차 지평을 넓히고 있고, 서비스 투어리즘은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일부 여론도 극복할 태세여서, 이미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또 우후죽순으로 번지는 국내중개업체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서비스 투어리즘 수요가 만만찮음을 입증해 준다.
국내 제조업은 오랜 기간, 수입다변화 품목제도 등으로, 유치산업(infant industry)으로 보호받았다. 그 결과 전자ㆍ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 등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서비스 산업은 여전히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경쟁력은 어떠한지 한번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느린 삶이 더 좋은 다운시프트 - 삶의 속도를 늦추고 또 늦추라
다운시프트(downshift)의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의 기어를 고단에서 저단으로 바꾸어 속도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삶에서의 다운시프트는 인생의 기어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바쁜 일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보수는 적을 지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로 전환하여, 긴장을 줄이고 좀더 여유를 갖는다는 말이다. 다운시프트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직업을 바꾸는가 하면, 대도시를 떠나 소도시나 농촌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외국으로 떠나기도 한다.
젊은 층의 프리터(freeter)라는 트렌드도 넓은 의미의 다운시프트와 일맥상통한다. 프리터란 영어의 프리(free)와 독일어의 아르바이터(Arbeiter)를 차용한 일본식 신조어인데, 정규직을 갖는 대신 이일 저일 되는 대로 하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조직에 얽매이기 보다는 취미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만한 용돈을 버는 일로 만족하는 것이 이런 신세대의 가치관이다. 이렇듯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다운시프트 트렌드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원하는 가치 소비 -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 모두 원한다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제품들은 1,2등에 상관없이 기능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손길을 유혹하는 것은 물건의 본질적 기능이 아닌 1등 제품이 가진 주변적인 특성, 또는 이미지다. 그런데 소비 대상을 선택할 때는 감성적으로 접근한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시에는 철저히 이성적으로 접근한다. 단순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미리 완벽하게 정보를 검색한다. 상세한 제품 정보를 얻은 뒤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찾아 사이트 곳곳을 뒤진다. 결국 최고의 브랜드 가치, 멋진 디자인, 화려한 매장 인테리어 등 고품격 감성가치와 더불어 가격도 싸야만 팔리는 시대가 왔다.
안전하게 즐기는 디지털 코쿠닝 - 집에 다 있는데 왜 밖으로 나갑니까?
코쿠닝은 원래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이 『클릭! 미래 속으로』란 책에서 처음 소개했다. 사람들이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실로부터 도피해 누에고치(cocoon)같은 편안한 안식처를 찾는다는 뜻이다. 디지털 코쿠닝은 최근 나타난 형식으로, 코쿠닝이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것이다. 디지털 코쿠닝의 주된 요인 역시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본능에서 온 것인데, 예전의 코쿠닝이 주로 단순히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즐기는 코쿠닝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디지털 코쿠닝은 크게 3가지 점 - 흥미롭고, 저렴하며, 발달된 기술로 인해 질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점 - 에서 디지털 세대인 10,20대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디지털 코쿠닝은 실내 여가활동을 선호하는 새로운 트렌드와도 관련이 깊다. 실내 여가활동 선호는 인스피어리언스(insperience : indoor + experience) 키워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인스피어리언스는 영국의 트렌드 전문 사이트(Trendwatching.com)가 최근 소개한 개념으로, ‘밖에서 하던 활동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즐기는 성향’을 뜻한다. 이 사이트는 그 예로 집 안에 최첨단의 홈시어터나 체육관 시설을 갖출 것과, 가정용 고급커피 제조기, 그리고 출장 파티의 유행 등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점차 ‘쾌적함’을 따질 것이다. 쾌적함 역시 사람들이 실내를 선호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실내를 선호하는 이유는 복잡한 세상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들이 그 곳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파는 컬덕 - 소비자의 감성과 마음을 훔친다
할리데이비슨, 베네통, 나이키, 이들 브랜드에서는 다른 것에서 느낄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제품자체에서부터 풍기는 강한 문화적 상징성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컬트(cult)'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aura)가 그것이다. 컬트족에게 상품은 단순히 탈 것이나 추위를 막는 옷이 아니라, 이보다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사회적 표상이다.
기업 및 제품이 가진 철학이나 문화를 브랜드에 담아 소비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마케팅 활동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문화 자체를 상품에 녹여 파는 이와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상품 자체의 속성만으로는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따라서 상품도 단순한 물리적 ‘생산품(product)'이 아닌 문화융합상품 즉 ‘컬덕(cult-duct : culture 또는 cult+product)’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웰빙도 문화융합형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이버 세상의 자아, 웹 아이텐터티 -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
사이버상의 자아라는 것을 통해 현실 속의 내가 하고픈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관련 산업의 성장을 점쳐볼 수 있다. 이미 아바타 디자이너나 아바타 MD와 같은 신규 직종이 생겨났다. 또한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모바일 영어 교육에도 아바타가 등장한다. 하지만 사이버상의 또 다른 자아가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사이버 공간의 자유로움에 빠져 있다가 현실의 윤리나 규범을 파괴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바쁨을 먹고 사는 도우미 - 대신해 주기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대행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소비가 전문화됨으로써 소비활동에 더 많은 비용과 지식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 경우 혼자 힘으로는 소비체험을 충분히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가가치가 낮은 영역을 중심으로 부족한 노동력과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빌리려는 것이다. 도우미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 분야로는 요리나 육아 등 가사노동, 물건을 살 때 도와주는 퍼스널 샤퍼(personal shopper : PS), 벌초, 제사 음식 대행 서비스, 실버 시터 등이 있다. 대행 서비스의 확산은 세계적 추세다. 우리 사회도 점점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산층 이상 고소득 계층이 대행 서비스의 충성스런 구매자가 될 것이다.
움직이는 소비자, 트랜슈머 -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쇼핑한다
1990년대부터 등장한 삐삐, 씨티폰, 휴대폰 등 이동통신 기기들이 사람들의 귀와 입을 바쁘게 만들었다면, 2010년 즈음에 시장에 나올 휴대 단말기들은 사람들의 눈과 손까지도 바쁘게 만들 것이다. TV 시청, 정보검색, 영화나 게임 등 오락, 쇼핑까지 모두가 손 안의 복합 단말기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장소를 옮기면서 말이다. 이동하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을 ‘트랜슈머’라고 부른다. 원래 트랜슈머는 다국적 디자인 컨설팅 업체인 피치(Fitch)사가 처음으로 정의한 용어로 공항의 대기 시간을 쪼개 면세점 등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트랜슈머가 탄생한 가장 큰 배경은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 덕택이다.
위에서 소개된 트렌드 외에 이 장에는 갈등을 없애주는 소비 큐레이터(물건을 살 때는 큐레이터에게 맡긴다),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찾는 작은 사치(가능한 수준에서 사치를 최대한 누린다), 하얀 얼굴이 좋은 메트로 섹슈얼리즘(미남은 꽃보다 아름답다) 등의 소비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CHAPTER 2 산업 트렌드 : ITㆍBT가 이끄는 첨단 코리아
시공간에서 자유로운 유비티즌의 하루 - 더 빨리, 더 유연하게, 더 자유롭게 움직인다
대형 할인판매업체 A사 구매팀의 유 비전 차장. “일어날 시간입니다.”라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몸이 영 개운치 않다. 침대에 붙어 있는 자가진단 시스템을 바라봤다. 심박수와 혈압, 체온 모두 정상이다. 그런데도 왜 이리도 피곤한지…. 욕실에 들어섰다. 세면대 거울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는 몇 시간 뒤의 기상과 교통정보를 보여준다. 용변을 보기 위해 변기에 앉자 거울 화면은 조간신문의 주요 기사로 바뀌기 시작한다. 용변을 끝내고 일어서자 인텔리전트 변기는 유 차장의 체중, 체지방, 당뇨치 등을 측정해서 홈 서버로 보내고 서버는 가까운 B 클리닉의 건강관리센터로 자료를 전송한다.
언뜻 보면 먼 미래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위 시나리오는 현재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거나 적어도 수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 제품,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에는 반드시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 보안, 사생활 보호, 규격 표준화 등, 상용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컴퓨팅 상용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신용카드를 밀어내는 전자화폐 - 동전과 지폐가 사라진다
전자상거래의 지속적인 증가와 IT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들어 전자화폐 사용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대부분의 결제는 신용카드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소액결제가 어렵고, 카드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전자화폐의 보안성이 강화될 경우 현금, 수표, 신용카드 등 기존의 거래 수단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자화폐는 뛰어난 경제성을 갖고 있고, 판매자의 입장에서 신용카드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고 편리하다. 전자화폐는 미래의 우리 사회와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큰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 분명하다. 특히 향후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와 연계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150살도 거뜬한 인체 부품 - 인체의 장기도 새 것으로 바꾼다
과학기술의 진보를 보인 20세기를 지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과 이에 대한 수많은 치료제가 등장했으나 암, 치매, 당뇨병 등과 같은 난치병은 여전히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최근 인간 유전자지도 완성, 동물복제 성공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의 성과들이 나타나면서 기존 치료와는 개념 자체부터 다른 혁신적인 치료방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난치병 극복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21세기의 새로운 두 가지 패러다임은 세포 치료와 동물 복제장기 치료가 그 주인공이다.
세포 치료와 동물 복제장기 치료는 질환 부위를 정상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 조직 또는 장기로 대체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의 핵심 분야다. 동물 복제장기 치료는 무균 복제 돼지를 대량 생산, 여기서 얻은 돼지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현재 실용화 직전 단계까지 발전했다. 세포 치료는 외부에서 배양된 자신 또는 타인의 세포를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연골세포나 피부세포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줄기세포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는 중이다. 인간의 줄기세포는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 또는 조직의 근원으로 뇌, 근육, 뼈, 피부 등 신체의 어떤 기관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복제기술의 향후 걸림돌은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영역을 뛰어 넘는 데 따른 사회적 합의가 더욱 큰 난관이다. 하지만 난치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은 결국 윤리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대중화된 인공심장의 개념도 처음 나왔을 때 누구나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복제장기도 마찬가지다. 가능성을 대비하고 연구하는 국가만이 복제 장기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 2015년 겨울쯤엔 다음과 같은 광고문구가 일간지에 실리지 않을까. “피곤과 술에 찌들어 수명을 다한 남편의 간, 올 크리스마스에는 꼭 새 것으로 바꿔주세요.”
산소보다 귀한 수소 - 소리 없이 진행 중인 수소 에너지 혁명
수소경제란 에너지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는 일련의 시스템이 수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어찌 보면 지금의 석유가 하는 역할과 흡사하지만,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수소가 전기나 열과 같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뀌면서 나오는 것이 물이고, 물을 분해하면 다시 수소를 얻을 수 있으므로, 물을 분해하는 에너지만 있다면 수소 에너지 시스템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가나 경제학자들은 2020년경에는 수소경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숨쉬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산소지만, 우리는 크게 아쉬운 줄 모른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엔 수소 없이는 사회와 국가, 문명이 지속해 나가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수소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국가나 사회가 21세기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연료전지 시범사업이나 상용화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
나눌수록 더 커지는 그리드 컴퓨팅 - 더 이상 내 PC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다
‘SETI@home'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보자. 화면 보호기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PC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해 보자. 순간 자신의 PC 중앙처리장치(CPU)는 자신도 모르게 우주에서 보내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 독자들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즉 화면보호기가 작동을 하고 있을 때에만 SETI의 데이터 분석이 진행되고, 그 결과는 UC버클리 대학의 컴퓨터 서버로 전송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500만 대가 넘는 PC들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우주의 생명체를 탐구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그리드 컴퓨팅은 지구촌에 널려 있는 고성능 컴퓨터는 물론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 각종 최신 실험장비 등을 통신망으로 연결시켜 마치 하나의 컴퓨터처럼 사용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여기서 그리드란 지구의 위도 및 경도가 만들어내는 그물코 모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구촌 곳곳에 퍼진 그물망 같은 연결 상태를 뜻한다. 그리드 컴퓨팅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 등이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10대 기술’로 꼽는 등 차세대 IT 기술의 중심에 서 있다.
한편 WWW에서는 HTTP(hyper text transfer protocol)가 문서들을 인터넷에 연결해 주는 표준으로 사용된다. 마찬가지로 그리드 컴퓨팅에서는 글로부스 툴킷(Globus Toolkit)이라는 공개된 소프트웨어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툴킷은 컴퓨터 자원을 공유하기 위한 표준을 제공하는 한편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사용자 컴퓨터를 보호한다. 그리드 컴퓨팅은 인류의 연산능력이 향상되는 것 외에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국가별 또는 기관별 정보격차가 오히려 심화되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결과는 빈부격차로 이어진다. 그리드는 이러한 컴퓨팅 자원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 PC 사용자들도 득이 많다. 머잖아 독자들 중엔 그리드에 접속해 CPU는 서울대 슈퍼컴, 그래픽 처리장치는 포항공대의 중대형 컴퓨터로 구성된 대한민국 내 최고급 컴퓨터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그리드 컴퓨팅이 ‘공유’를 통해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 자원을 절약하게 해줌을 의미한다.
위에서 소개된 트렌드 외에 이 장에는 궂은 일도 마다 않는 로봇 가정부(힘들고 어려운 일은 로봇에게 맡긴다), 자동차의 개념을 바꾸는 e-Car(자동차는 탈 것이 아니라 달리는 전자제품이다), 피부처럼 예민한 지능형 소재(문명의 발달이란 곧 소재의 진화다), 토마호크보다 정확한 스마트 필(알약 하나로 지능을 향상시킨다), 젊게 늙고 싶은 샹그릴라 신드룸(노화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질병이다), 연금술사도 울고 갈 나노 테크놀로지(나노 기술의 힘! 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방송과 통신의 만남, TPS(인터넷, 전화, 방송이 하나가 된다), 통신 시장을 뒤흔들 인터넷 전화(부가 서비스는 늘어나고 가격을 싸진다), 단말기가 기지국이 되는 바이러스 이동통신(모이면 강해지고 흩어지면 약해진다) 등의 산업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CHAPTER 3 사회ㆍ문화 트렌드 : 폭발하는 한국인의 다양성
전염병처럼 번지는 소송 만능주의 - 사회가 건조해질수록 소송은 늘어간다
집단소송이 활발한 미국에서 기업들은 법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일단 소송에 걸리면 매출이 줄고, 그에 따른 주가하락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울며 겨자 먹기로 중간에 화해하는 소송이 전체의 95%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소송천국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악수하고 소주 한 잔으로 풀 수 있던 다툼들이 법정까지 가야 시비가 가려진다. 그만큼 각박해진 탓이다.
게다가 소송의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2002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조물책임법(Product Liability : PL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2005년부터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가 시행된다. 법정 소송이 한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는 없다. 법관의 판결에 따라 한쪽 당사자를 강제로 승복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법원의 권위가 떨어지면 후유증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이제 우리 사회 정서에 잘 어울리는 갈등 극복 시스템을 찾아야할 때다.
새로운 관계 맺기, 사이버레이션 - 사이버 네트워크의 배타성, 선별성이 강조된다
우리나라를 ‘인터넷 강국’이라 부르지만 인터넷이 본격 보급된 것은 겨우 5년여 정도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미 사람들의 관계 만들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인간관계는 인터넷을 통해 더 다양한 집단으로,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레이션(cyberlation = cyber+relation)'의 시대다. 그 새로운 관계 맺기의 진화를 살펴보자.
1세대 키워드는 공유다. 인터넷상에서 관계 맺기가 쉬워지자 정보를 나누기 위한 네트워크가 급속히 부상했다. 대표적인 것이 소리바다이다. 소리바다는 PC 간 파일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각 이용자의 정보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다. 이러한 사이버레이션의 공통점은 바로 공유(share)라고 할 수 있다. 즉 인터넷은 추억과 취미와 정보를 공유하는 장(場)인 셈이다.
2세대 키워드는 코드다. 2세대로 넘어오면서 동일한 코드(code)를 가진 사람들끼리 인터넷상에서 결집하여 정치ㆍ사회ㆍ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른바 ‘네티즌’이라는 세력의 등장이다. ‘접속’할 수 있다면 누구나 네티즌이 될 수 있다는 개방성이 사안에 따라 엄청난 응집력을 발휘한다. 온라인상의 결집은 오프라인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3세대 키워드는 이너 서클(inner circle)이다. 최근엔 사이버레이션의 배타성이 강해졌다. 자신의 사생활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취하기만 하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거부감, 너무 많은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 등의 이유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고, 충분한 친밀감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따로 모이자는 욕구가 생겨났다. 바로 소규모 이너 서클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너 서클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싸이월드(Cyworld)'의 일촌맺기다. 1999년 설립한 싸이월드 가입자는 2004년 10월 기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간관계의 ‘폭’은 넓어졌고,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이다. 서양 사회의 네트워크는 ‘교류(communication)’를 근간으로 삼는다. 그러나 동양 사회에서는 ‘관계(relationship)’를 더욱 중시한다.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강화된다는 것은 인터넷 시대에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교류보다는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사이버레이션 관련하여 동일 제품을 소비하는 그룹의 힘도 한 단계 커지고 있다. 이른바 프로슈머(pro-ducer-consumer : prosumer)의 출현이다.
다중 직업에 능한 디지털 네이티브 - 도전과 재미에 빠져든다
1980년대의 PC의 대중화, 1990년대의 인터넷과 휴대전화기의 보편화는 디지털 혁명을 불러왔다. 이 혁명이 우리 사회에 신인류를 탄생시켰다. 이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현재 20대 후반까지의 세대, 즉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신인류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이다.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두뇌구조가 변화되어 여러 곳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일 능력이 있고, 즉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환경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고 주장을 펼치며 합의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하게 했다. 또 일이나 공부에서 놀이나 게임처럼 도전적인 요소와 재미를 바란다. 이들이 사회 주력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 어떤 변화가 올까. 첫째, 사회 자체의 반응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즐거움을 강조하는 사회가 올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 민주주의가 정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시 분출되는 여성 해방 - 여자는 인류의 미래다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젊은 여성들은 당당한 프로를 꿈꾼다. 여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학과선택의 범위도 다양해졌다. 또 우리 사회의 남성들이 차지해온 자리를 당당한 여성들이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줌마’들을 보는 기업의 시선도 달라지는 중이다. 조직에 필요한 리더십의 유형이 카리스마적 형태에서 점차 수평적ㆍ통합적 리더십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21세기의 키워드로 세 가지 - 세계화(globalization), 기술(technology), 여성(female) - 를 꼽았다. 나이스비트는 여성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미래 국가들의 ‘경쟁력의 요체’라고 설파했다. 우리 사회의 미래도 ‘준비된 여성’들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확장되는 외인 지대 - 미래지향적 공존만이 상생의 길이다
한국은 차이나타운이 들어서지 못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수천 년 동안 단일 민족국가를 이어온 한국은 정말로 외인(外人)들이 자리 잡기 힘든 사회로 지속될 것인가.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은 인력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내국인들이 산업현장의 3D(difficult-힘들고, dirty-지저분하고, dangerous-위험한)직종을 기피하면서 이를 외국인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동남아시아ㆍ중국ㆍ러시아, 카자흐스탄ㆍ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나이지리아ㆍ카메룬ㆍ가나 등 아프리카 등에서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코리안 드림은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보호나 이들의 범죄행각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유입세는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헤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 취업자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좋든, 싫든, 유입되는 외국인들이 점차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정착하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 돼 가고 있고, 국경을 넘어오는 것은 노동력만이 아니라 그들이 체화한 문화도 함께 따라온다. 이제 외국인들은 단순한 ‘손님 노동자(guest worker)'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 돼 가고 있다.
위에서 소개된 트렌드 외에 이 장에는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한 전문직(자격증만으로는 부가가치를 얻을 수 없다), 외설로도 부족한 역치 상승의 시대(사회는 점점 더 강한 말초적 자극을 원한다), 세대를 가르는 인터넷 랭귀지(동질감을 가지려면 고유한 언어가 필요하다), 개인주의와 뭉치는 자기중심적 웰빙(나와 내 가족의 웰빙이 더 중요하다), 호모 후모아의 전성시대(설득과 협상의 핵심 스킬은 유머다), 디지털 디바이드의 그림자, IT낙오자(디지털 능력이 빈부를 가른다), 모자라는 신입생, 망하는 대학들(대학 특성화만이 미래 생존의 길이다) 등의 사회, 문화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CHAPTER 4 인구 트렌드 : 늙어가는 한국, 역삼각형 사회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액티브 시니어 - 대한민국의 미래는 50대가 책임진다
평균 수명의 증가는 1990년의 50대와 요즘의 50대가 ‘생체 능력상’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혈기왕성한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Active Senior)의 등장이다. 혈기왕성함은 생체적인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는 고령화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한국사회엔 바람직하다. 고령자의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한국 사회의 고령자 부양부담도 줄어들고, 남는 재원을 좀더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난다면 필연적으로 시니어 마켓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니어 마켓은 1990년대 초 반짝 관심을 끌었던 실버(Silver) 산업을 65세 미만으로 확장하게 된다. 당연히 사업영역이 훨씬 넓다. 체육활동, 여가오락, 교육정보, 금융, 의료등 무궁무진하다. 2010년 한국 사회의 중핵으로 떠오를 액티브 시니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한국의 미래를 잡는 일이다.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핵가족의 재분열 -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가족이 해체된다
핵가족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는 크게 ‘싱글(single)족’과 ‘딩크(Double Income, No Kids: DINK)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싱글족인 독신 가구의 확신은 주목할 만하다. 싱글족이 늘어나는 것은 과거보다 미혼과 이혼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 때문이다. 또 독거 노인의 증가도 ‘나 홀로 가족’이 증가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세계화’추세도 가족의 의미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명‘ 기러기 아빠’가 상징하는 ‘다국적 가족(transnational family)'이 바로 그것이다.
싱글족과 함께 자녀가 없는 부부들이 등장했다. 이른바 ‘딩크족’이다. 이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는 경제사정의 악화와 인생을 즐기면서 사회적 성취를 달성하고자 하는 성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적적할 때가 있을 텐데…’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을 애완동물이 대신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딩크펫(DINK+pet)족’이 알려 줄 것이다. 최근에는 딩크족에서 한발 더 나아간 사례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싱커스(Two Healthy Income, No kids, Early Retirement : Thinkers)족’이다. 결혼 후 아이를 낳지 않고 맞벌이로 충분한 돈을 번 뒤 일찍 퇴직해서 노후 생활을 즐기려는 새로운 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위에서 소개된 트렌드 외에 이 장에는 고령화 충격을 해소하는 단계적 퇴직제도(늙어 가는 것은 쇠퇴가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의 시작이다), 하나뿐이기 때문에 더 소중한 코리안 소황제(내 아이를 황태자로 키울 것이다), 합리적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포스트 386(분명한 목소리를 가졌지만 운명을 걸진 않는다) 등의 인구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CHAPTER 5 경영 트렌드 : 패러독스와 퓨전 경영
기업 가치 향상의 지름길, 환경 경영 - 친환경 제품이 아니면 세계 시장에 발붙이기 힘들다
2005년 2월 16일, 폭서ㆍ가뭄ㆍ홍수 등 기후 재앙의 주범인 온실 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발효됐다. 교토의정서의 발효로 선진 34개국은 당장 2008~12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로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OECD 국가이며, 2차 이행기간(2013~17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교토의정서 이외에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환경규제는 많아, 친환경 경영을 외면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 친환경 경영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때문에 환경 관련 비용을 투자 개념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게 친환경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한 우리 정부도 환경기술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선장에 해당하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에 버금가는 또 다른 CEO(Chief Environment Officer)의 비중을 늘릴 것이다.
새우가 고래를 잡는 와해성 혁신 - 영원한 1등은 없다
스타벅스나 미샤 같은 업체는 고객의 전통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과 기능을 개발하여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내는 ‘와해성 혁신자(disruptive innovator)’들이다. 이 용어는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텐슨 교수가 ‘존속성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존속성 혁신은 기존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반면 와해성 혁신은 주력 시장이 요구하는 성능과는 차별화된 요소로 새 고객의 기대에 대응하면서, 신시장이나 틈새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와해성 혁신의 세계에는 영원한 1등이 없다. MP3 플레이어는 음질, 휴대의 간편함 등의 강점으로 대표적인 와해성 혁신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제품의 선도기업도 언제든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MP3 시장 내에서 플래시메모리 타입과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타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 등 다른 제품도 MP3 플레이어의 영역을 넘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와해성 혁신기업도 또 다른 와해성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와해성 혁신의 세계에서 기업들은 점점 유연해져야 한다. 또 와해성 혁신에는 이질적인 교배가 더욱 알맞기 때문에 와해성 혁신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기업 간 제휴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아이스베리나 레드망고와 같은 토종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경우를 보면 개인도 와해성 혁신을 이룰 수 있다.
합칠수록 강해지는 퓨전 경영 - 핵심은 보존하되 끊임없이 변화하라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우리의 눈앞에서 실제로 펼쳐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퓨전(fusion)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융합을 의미하는 이 단어가 요리와 음악계를 평정하더니, 무엇인가 색다른 것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맞물리면서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퓨전 경영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제품, 기술, 서비스 등과 같은 경영의 제반 활동이 양자택일의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상생(相生)의 길로 나아가려는 일련의 경영 혁신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퓨전 경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상호 보완에서 나타나는 시너지, 변화 적응능력, 새로운 성장기회의 발굴 등이다.
몇 해 전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생존자』라는 책에서 전쟁포로, 난치병 환자 등 절망적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가 밝혀낸 이들의 생존 특성은 양면성, 유연성 그리고 공감 능력이라는 세 가지였다고 한다. 퓨전 경영과 관련해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다름 아닌 양면성 측면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변화가 극심한 미래의 경영 환경에서 ‘한 우물만 파는’ 외곬 경영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앞으로는 퓨전 경영과 다양성을 시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아 번영할 확률이 높아진다. 핵심을 보존하면서 환경에 대응해 끊임없이 기업을 변화시키는 힘이 퓨전 경영의 실체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크리스탈리즘 - 투명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기업이 주주만 챙겨선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존슨앤존슨과 같이 소비자, 종업원, 지역사회, 주주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필수사항이다. 나아가 기업 투명성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핵심 가치일 뿐만 아니라 경쟁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내보이는 크리스탈리즘(crystalism)을 기업이 체화할 때 미래를 이끄는 또 하나의 핵심 역량을 획득할 수 있다.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CEO 브랜드 - CEO가 기업 가치에 날개를 달아준다
최근 기업들은 CEO의 이름과 명성이 자기 회사의 인지도나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일명 ‘CEO 브랜드’를 중시하는 것이다. CEO 행보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CEO 유명세로 성공하는 기업뿐 아니라 잘못된 CEO의 언행이 빌미가 돼 망하는 기업도 나타날 것이다. 이에 따라, 유명 CEO를 영입하려는 CEO 쟁탈전이 가속화되고, 우수한 CEO를 알선하는 헤드헌팅 활동도 늘어날 것이다. CEO 세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질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불황일수록 빛나는 감성 경영 -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경영한다
최근엔 최고경영자(CEO)들이 앞장서 격식을 벗어던진 채 감성을 자극하고, 감성에 호소하며, 감성을 관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른바 ‘감성 경영’이다. 감성 경영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성만을 따지는’ 분위기에 지쳤기 때문이다. 감성 경영은 과거의 경영 조류처럼 반짝하다 이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신세대와 디지털 세대 등, 다가올 세대의 특성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불황기일 땐 시스템보다는 조직원이 가진 열정, 창의성 및 끈끈한 감성적 유대감이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감성 경영이 통하는 조직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 특히, 감성 리더십이다.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동시에 문제 해결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열정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 개발은 지식을 많이 쌓는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치 수영이나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듯 부단한 연습을 통해 몸에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소개된 트렌드 외에 이 장에는 주주 자본주의의 보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미래의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한다), 너도 나도 혁신하는 차세대 식스 시그마(생활 속에서 혁신을 추구하라), 적응력을 배가하는 동서양 경영의 만남(장점을 취하고, 단점은 버린다), 모순을 관리하는 역설의 경영(단순 논리에서 벗어나 조화로운 해법을 찾는다), 세계 경제의 신대륙, 저개발국(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을 찾아라), 지속 성장을 위한 기술 이식(돈 되는 기술이면 다 산다), 생산성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 스트레스(일류 기업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관리한다), 인적 자원의 손익계산서(낭비를 줄이려면 인적 자원도 수치화하라), 블랑카의 성공시대(로마 기업은 로마인이 가장 잘 경영한다), 위대한 기업은 사회복지 센터(사회공헌도 전략적으로 실천한다) 등의 경영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CHAPTER 6 국내 경제 트렌드 : 돌다리도 두드려라
인구학적 변화가 초래할 성장신화의 종언 - 지식과 기술의 집적도를 높여라
한국의 지난 40여 년 간 경제성장은 세계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적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문제다.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접어든 만큼 과거처럼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30년 동안 이룩한 배경으로 성취욕 강한 근면함, 풍부한 노동력과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동력으로 꼽을 수 있다. 또 1960~70년대 형성된 이른바 ‘개발독재’라고 불리는 독특한 사회경제 시스템도 거론될 수 있다.
다가올 40년은 이들 성공요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노동에서 생겨난다. 노동의 양적투입 확대가 불가능해지는 인구학적 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증가율은 2007년에 0.5%아래로 떨어지고, 2024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와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거나 경제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효율적 부분으로 재배치시키는 방안이다.
하지만 노동력의 추가 투입만으로 고성장을 할 수는 없다. 자본투자를 늘려 노동생산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수가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남북한 통일이다. 독일통일에서 보듯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잘만 하면 노동의 양적투입 확대, 새로운 투자기회 제공 등 한국 경제가 맞게 될 저성장의 덫을 상당 기간 피해갈 수도 있다. 국가의 경제정책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혁신을 통한 인재육성, 효율적 사회ㆍ경제 시스템의 구축이 중요하다. 기업은 더 넓게, 더 빨리 성장하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 개인은 생애소득 흐름에 대한 합리적 기대와 이를 바탕으로 한 평생소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저성장 시대의 슬픈 자화상, 소득양극화 - 소득격차 해소 없이는 사회 발전도 없다
우리 사회의 개방화와 기술정보화는 소득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부를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부를 얻을 수 있는 정보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부유층과 저소득층이 동시에 늘어나는 소득양극화는 소비문화의 차이로 나타나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볼 때 극단적인 소득양극화를 치유하지 않고도 유지되는 사회는 없다. 우리 사회도 21세기 들어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소득격차가 심각해졌다는 반증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위화감과 소득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아직 태부족이다. 상속ㆍ증여세율도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다. 소득격차를 해소하려는 다양한 노력이나 빈곤층의 아픔을 나누려는 사회적 노력이 없다면, 우리의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부유층에게도 마찬가지다.
일과 취미가 하나되는 취미 노동자 - 일은 있으나 직장은 없다
고용불안이 확산되면서 요즘 직장인들 중엔 회사에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는 이가 늘고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salaried), 학생처럼 공부하는(student) ‘샐러던트(saladent)'들이다. 번듯한 직장을 잡았으면서도 부업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려는 ‘투잡스(two jobs)족’들도 늘고 있다.
일본에는 ‘프리터(freeter)족’이 유행하고 있다.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이다. 조직에 구속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자칭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도 청년실업난이 가중되면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취미 노동자’의 출현도 기대된다. 직장이 더 이상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것이 취미활동의 일환인 부류들이다. 이들은 삶을 즐기는 데 기꺼이 돈을 투자하지만, 기본적 생계에는 최소한의 돈을 들인다.
위에서 소개된 트렌드 외에 이 장에는 척박한 현실이 초래한 위험기피형 사회(젊은이에겐 진취적인 태도와 혁신 마인드가 절실하다), 집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평생주택소비(집으로 저축하고 집으로 소비한다), 간접투자로 변화하는 재테크 지형도(재무설계사의 전성시대가 온다), 몰려오는 중국 기업들(핵심 기술과 글로벌 경영 역량을 사수하라), 삶의 질을 찾아 떠나는 한국탈출 신드룸(한국땅이 비좁다) 등의 국내 경제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CHAPTER 7 글로벌 트렌드 : 아시아, 거인으로 등장하다
잠에서 깨어나는 아시아 -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슈퍼파워로 등극한다
18세기 이후 서구 열강들의 침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짧게는 100여 년, 길게는 200여 년 동안 아시아는 숨죽여 왔다. 그런 아시아가 오랜 정체와 수탈의 늪에서 벗어나 세계문명, 지구촌 경제의 주역으로 당당히 복귀하고 있다. 아시아 부활의 상징은 13억 인구와 광대한 영토를 기반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정치ㆍ경제ㆍ군사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이라는 몸통에 이미 1960~70년대 경제성장 가도에 진입한 일본ㆍ한국ㆍ대만 등 아시아 경제권의 우등생들이 선두를 차지하고, 제2의 중국으로 부상하는 인도와 외한위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있는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국가들이 거대한 양 날개를 이루는 초대형 성장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25년 아시아권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부쩍 논의가 활발해진 한ㆍ중ㆍ일 3국 간 FTA(자유무역협정) 및 한ㆍ중ㆍ일-ASEAN 간 FTA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출발해 한반도, 중화권, 그리고 동남아, 인도에 걸친 인구 30억, 전세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방대한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된다면 그 파워는 가공할 수준에 이를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이 오늘날 유럽연합(EU) 형태로 발전하는 데 약 30년의 세월이 걸렸음을 상기하면, 아시아의 경우 제대로 된 지역공동체가 출범하려면 최소한 반세기 정도는 걸릴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치ㆍ외교ㆍ경제ㆍ이념적으로 갈라져 있던 아시아권이 이질적 요인을 극복하면서 유기적 관련을 맺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분명하다.
석유시장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 전쟁 - 석유시대 종말까지 치열한 에너지 전쟁이 전개된다
원유시장의 수급 여건이 어려워지자 각국이 원유 확보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메이저는 메이저대로, 원유 수입국은 수입국대로, 산유국은 산유국대로 이익 극대화에 나선 것이다. 우선 메이저들은 신규 유전개발에 나서되 최대한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의 중동 전략은 기본적으로 이라크 등 산유국 국영석유회사의 민영화를 유도하여 합작 파트너로 유전개발에 참여하는 식이다. 이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 그룹이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중동 각국의 재정을 악화시켜 민주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 방향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한편 산유국들은 영미계 메이저 석유회사를 배제하려는 경향을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테러 표적이 되기 쉽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더 이상 남 좋은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중국과는 자원협력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일본이나 인도 등도 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새로 유전을 개발하더라도 지구상 석유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석유생산량이 최대치를 맞는 정점을 넘기면 과수요 현상이 발생해 유가가 급상승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온다. 따라서 대체 에너지 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대규모 공장이나 공동주택에 다양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 솔루션 비즈니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소개된 트렌드 외에 이 장에는 미국을 바짝 좇는 유라시아(3극 체제가 세계 경제 안정에 기여한다), 네오콘을 필두로 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식 가치관을 강요받는 세계), 신소비대국으로 가는 중국(보보스를 능가하는 차보스를 잡아라) 등의 글로벌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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