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안희선
우리들이 믿었던 기쁨의 투명한 갈증을
더 이상 간직할 수 없어,
어둠과 안개 속에 숨어있던 깊은 어심(魚心)을 불러본다
차가운 가슴의 옆구리에서 올라오는
기포가 물방울을 내뿜는다
영원한 밥처럼
그래, 차라리 밥이었다 소박한 난폭(亂暴)으로 위장된
생존의 불안한 약점을 가리고 싶은게다
그래서 24시간,초 초 초로 나누어,
줄달음질치던 우리들의 눈동자는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삶에 실증을 내기 시작한 둥근 수조(水槽)에
사라지거라, 육체의 기억들
흔들리는 물결 한복판에서 빛발 흥건한
수초의 성장(盛裝)은
험준한 날들의 사슬인 양,우리를 얽매고 있고
그 모습 바라보는
이름 모를 물고기들은 물 속에서 목이 마르다.
아, 그들의 향기로운 세계를 마셨던, 너무 목 말라 마셨던,
시작(始作)하는 물 속의 언어들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물러가거라, 자라나는 죽음들
허물어진 모험이 잠긴 바다 끝으로
넘쳐흐른 꿈들이 물의 맑은 의식에 담뿍 적시워질 때까지
무수한 이야기들을 목마름으로 부추긴다
우리에게 이해된 세상이 설명하기 싫어하는,
이 끈질긴 갈증으로
오늘도
입을 벌름거리며
* 2015년 1월 27일 화요일입니다.
반짝 추위가 찾아 온 아침입니다.
따뜻한 차 한 잔 하는 여유로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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