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쓸까
오세영
무엇을 쓸까
탁자에 배부된 답지는
텅 비어 있다
전 시간의 과목은 ˝진실˝
절반도 채 메꾸지 못했는데
종이 울렸다
이 시간의 과목은 ˝사랑˝
그 많은 교과서와 참고서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맨 손엔 잉크가 마른 만년필
하나,
그 만년필을 붙들고
무엇을 쓸까
망설이는 기억의 저편에서
흔들리는 눈빛
벌써 시간은 절반이 흘렀는데
답지는 아직도 순백이다.
인생이란 한 장의 시험지,
무엇을 쓸까
그 많은 시간을 덧없이 보내고
치르는 시험은 항상
당일치기다
* 2013년 10월 22일 화요일입니다.
인생을 연필로 쓰고 맘에 안 들면 지웠다 다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인생은 한 번 쓰면 되돌릴 수 없기에 조금 더 신중해져야겠습니다.
남아 있는 빈 공간이 적을 때는 더욱 더 그러겠죠.
신중하게 때론 과감하게 써 내려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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