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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아버지 _ 고종만

by 홍승환 2013. 7. 9.

 

아버지

 

                                       고종만


내가 아버지 되고서야
비로소 당신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지 말 것을
제가 어른이 되니 가셨습니까?
불효자식은 당신이 걸었던 그 길을
지금 똑같이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당신을 따라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처럼 살지 않겠다고
당신 가슴에 대못을 박았지요.
당신보다 좋은 조건에서 아버지가 되었건만
겨우 두 자식 키우기를 버거워하면서
당신보다 더 못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움츠러든 어깨위론 아이들의 눈망울이 아른거리고
굽어진 허리 사이로는 찬바람만 스며듭니다.
당신처럼
눈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으나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입니다.

당신의 얼굴을 그리면서
당신의 주름 앞에 그늘진 처마에서
울다가 울다가 돌아갑니다.

 

 

* 2013년 7월 9일 화요일입니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 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친한 친구의 아버님 부고 소식에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나네요.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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