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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자고난 얼굴은 아름답다 _ 강세화

by 홍승환 2012. 10. 31.

 

자고난 얼굴은 아름답다

 

                                                   강세화

 

 

잠자는 얼굴은 아름답다
기쁘게 부끄러운 첫날의 잠은 아름답고
꽃잠 자고 날새는 기미를 재빨리 알아채는
자고난 얼굴은 더 아름답다

아름답게 잠에 빠진 아이는
자고나서 쑥쑥 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한 잠, 두 잠, 석 잠, 넉 잠, 잠에 드는 누에의
자고나서 허물벗는 찬란한 변신은 아름답다

숲속의 잠자는 공주는 안타까이 아름답고
왕자의 입술이 닿는 순간 눈뜨는 얼굴은
알맞게 느끼는 기쁨이 있어 아름답다
거짓되지 않은 마음은 그대로 사랑이 아니랴

흙속에 묻혀 천길만길 뛰어넘는 씨앗은
겨우내 쨍하게 추우니 그 속이 아름답다
봄날을 어련히 여기고 소곤소곤 잠깨는
새싹의 얼굴은 더 아름답다

잠자는 얼굴이나
자고난 얼굴이나
거동이 흔전하고 간사한 마음을 버리면
미상불 숭굴숭굴한 것이 어지간히 아름답다

 

 

 

* 2012년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날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라디오에서는 이용 아저씨의 노래가 흘러나오겠네요.

  초겨울의 날씨 속 건강 조심하시고 10월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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