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침엽수지대
이문재
먼지들이 습기를 빨아들인다
말라서 가벼운 것과
젖어서 가벼운 것들의 치열한 혼인
빛이 직선을 꺾고
바퀴들은 원을 내려놓는다
안개가 내리고 서서히
세상은 눈을 뜬 채 눈먼다
안개가 지독해야 안개 너머를 꿈꾸고
자기의 안쪽을 염려한다
안개가 극심해야 세상은 눈을 버리고
오래된 귀를 연다
나는 온몸으로 청각이 되어 있다
눈을 믿는 자는 권력을 믿는 자
자욱한 습기가 먼지들을 끌어안는다
안개, 안개주의보 ─
멀고 새로운 것들, 가깝고 오래된 것들의
소리를 온몸으로 유념한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소리들에
하나하나 페이지를 먹이며
안개지대 한 가운데를 통과한다
내 안에서
해가 지고 달이 진다
* 2012년 7월 17일 화요일 제헌절입니다.
태풍 카눈이 북상중이고 오후부터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외출하실 때 우산 꼭 챙기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촛불 _ 황금찬 (0) | 2012.07.19 |
---|---|
오래 되었네 _ 나해철 (0) | 2012.07.18 |
장마철의 기도 _ 정연복 (0) | 2012.07.13 |
담쟁이 _ 홍수희 (0) | 2012.07.12 |
바람속으로 _ 유하 (0) | 2012.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