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침의 시 한 편

11월 _ 송정란

by 홍승환 2011. 11. 29.

 

11월

 

                               송정란



바싹 마른 입술로
나뭇잎 하나 애절하게
자작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다
곧 어디론가 떠날 듯한
몸짓으로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고개를 내젓고 있다
양재동에서 안양으로 가는 913번 좌석버스
차장 밖으로 이별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해마다 잎을 갈아치우는
나뭇가지의 완강한 팔뚝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매달린 잎들이 모조리 소스라쳐 있다
더 이상 내줄 것 없는 막막함으로
온몸 바스라질 것 같은 눈빛으로
속이 다 삭아버린
사랑에 매달리고 있다

입을 앙다문
여윈 나뭇잎 같은 계집 하나,
바싹 마른 입술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 2011년 11월 29일 화요일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늦가을 아침입니다.

  머리속의 많은 생각들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공상일 뿐입니다.

  거창한 것을 생각만 하는 것보단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낫습니다.

  실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의 독백 _ 오광수  (0) 2011.12.01
11월 _ 노연화  (0) 2011.11.30
겨울 아침 풍경 _ 김종길  (0) 2011.11.28
마음의 태양 _ 조지훈  (0) 2011.11.25
하늘 _ 박두진  (0) 201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