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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빗속에서 _ 김문희

by 홍승환 2011. 7. 27.

 

빗속에서

 

                                            김문희

 

 

풍경을 빗금으로 할퀴면서
이탤릭체로 비가 내린다.
회초리에 맞아 함초롬히 젖은 하루가
저녁 아스팔트를 걸어서
어둡게 가고 있다.
젖어서 슬프지 않은 것 있으리
창밖에서 비를 맞는 생각 하나
낮게 날아 둥지를 찾아드는 울새 한 마리
갈 곳 없어 선 채로 속절없이 비를 맞는
어깨 처진 정원수 한 그루까지
비오는 저녁이 쓸쓸하지 않은 것 있으리
하지만 세상은 흐느낌 속에서 자랐다.
햇볕 하루에 젖은 하루가 뒤따라야
수목은 눈물 머금어 뿌리 뻗고
잔가지도 젖은 눈을 트고 꽃을 열었다.
울어보지 않은 기쁨이 어디 있으리
하루의 아픈 마음 이 저녁에는 창밖에 세워
매맞는 자세로 맞는다.
오래도록 굳은 고독 응어리진 슬픔 풀어
속속들이 젖으면서 어둡게 울고 나면
굳은 살 없는 가슴에
아침 햇살 금빛으로 돋겠지

 

 

* 2011년 7월 27일 수요일입니다.

  어제 춘천으로 출장을 다녀오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오더군요.

  오늘 아침 서울에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 경우는 처음인 듯 싶네요.

  부디 비 피해 없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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