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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나무 생각 _ 안도현

by 홍승환 2011. 3. 4.

 

나무 생각

 

                                       안도현



나보다 오래 살아온 느티나무 앞에서는
무조건 무릎 꿇고 한 수 배우고 싶다

복숭아나무가 복사꽃을 흩뿌리며
물 위에 점점이 우표를 붙이는 날은
나도 양면괘지에다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에 기를 쓰고 붙어 있는, 허리 뒤틀린
조선소나무를 보면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주고 싶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멀리 보내는 밤나무 아래에서는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나도 관계를 맞고 싶다

나 외로운 날은 외변산 호랑가시나무 숲에 들어
호랑가시나무한테 내 등 좀 긁어달라고,
엎드려 상처받고 싶다

 

 

* 2011년 3월 4일 금요일입니다.

  늘 그곳에서 의연하게 서 있는 나무의 태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나무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