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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구부러진 길 _ 이준관

by 홍승환 2010. 7. 2.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2010년 7월 2일 비오는 금요일입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장마비가 온다고 하네요.

  주말 내내 비소식이 있으니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하시면서 편안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