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침의 시 한 편

헛되고 헛된 것 _ 조병화

by 홍승환 2010. 2. 3.

 

헛되고 헛된 것

 

                                 조병화

 

 

헛되고 헛된 것이 생이라 하지만
실로 헛되고 헛된 것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생각일 뿐

언젠가 너와 내가 강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물은 흘러감에
다신 못 온다 해도

강은 항상 그 자리
흐르고 있는 것

이 세상, 만물, 만사가
헛되고 헛된 것이라 하지만
생은 다만 자릴 바꿀 뿐
강물처럼 그저 한자리
<있는> 것이다

너도 언젠가는 떠나고
나도 떠날
사람이지만
언젠가 너와 내가 같이 한 자리
강 마을 강 가, 이야기하던 자리
실로 헛되고 헛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그 사실이다

해는 떴다 지며
떴던 곳으로 돌아가고
바람은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감에
사람은 혼자서 살다가 가면
그뿐, 그 자리엔 없다 해도
실로 헛되고 헛된 것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생각일 뿐

강물은 흐름에 마르지 않고
너와 내가 떠남에
실로 <있었던것>이다

언젠가 너와 내가 강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언젠가 너와 내가 강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 추위가 매서운 2월 3일 수요일 아침입니다.

  자연스럽게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찬바람이 정신을 번쩍 들게하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_ 김남주  (0) 2010.02.05
그대 앞에 봄이 있다 _ 김종해  (0) 2010.02.04
벗에게 _ 이해인  (0) 2010.02.02
그대 있음에 _ 김남조  (0) 2010.02.01
길의 노래 _ 이정하  (0) 201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