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가 아름답다
노교수님의 가르침 - 절세는 아름답다
“자네들은 무엇 때문에 세법을 공부한다고 생각하는가?” 대학에 입학해 세법학 강의를 처음으로 듣던 날 노교수님이 던진 질문이었다. “…….” “세무 업무를 배우면 취업이 잘된다고 들어온 게로군.” 말은 없었지만 대부분 수긍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세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신입생은 뭐라 답할 처지가 못 되었고, 복학생도 입안에 맴도는 정도의 말만 되뇌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노교수님은 ‘현대조세국가’에 관해 이야기하셨다. “세금의 역사를 보면, 전근대 시대에 국왕이 전비(戰費)를 마련하기 위한 명분으로 자의적 세금을 만든 경우가 많았는데, 시민혁명으로 근대 시대를 이룬 뒤 ‘대표 없이 과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ve)’는 조세법률주의라는 개념이 생겼어. 그러니까 세법은 국가가 국민의 재산권을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침해하려고 할 때 국민을 지켜주는 법이야.”
“그럼 세금이 뭔가?” 그 물음에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다. “세금이란 국가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반대급부 없이 법률에 따라 국민들에게 부과하는 재산상의 의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혹자는 세금을 문명의 대가라고 하지. 그래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은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는 반증이고. 자네들도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돈 많이 벌고 세금도 많이 내라고! 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야. 앞서 세법이 국가권력에 의한 부당한 세금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장치라고 했으니, 세금은 세법에 맞추어 내면 되는 거지. 그것을 절세(tax saving)라 하는데, 자네들은 절세를 해 줄 수 있는 세무전문가가 되어야 해. 혹시 세무공무원이 된다 해도 가장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세금을 내도록 지도하고 섬겨야 해. ‘Tax saving is beautiful’, 절세는 아름답단 말씀인 게지.”
세금을 배우고 세금을 다룬 지도 20년이 되어 가지만, 지금까지도 “세금은 문명의 대가이고, 절세는 아름답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람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해. 하나는 지(知)고 하나는 체(體), 하나는 심(心)이지. 그런데 자네들은 머리와 몸은 큰데 가슴이 작아. 납세자들을 긍휼히 여길 줄 아는 큰 마음이 있어야 제대로 된 세무인이 될 수 있어.’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하셨던 이 말처럼 제대로 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자문(自問)해 본다.
고전무용수 -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구분
“저, 어제 상속세 건 때문에 연락드린 사람인데요.” “어디 보자. 어제 전화로 말씀드린 서류는 가지고 오셨나요?” “네, 여기 있습니다.” 상속세 상담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상속재산의 현황과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인적 사항을 살펴보아야 한다. ‘상속재산 현황을 보니 부채 빼고 10억 원쯤 되고, 배우자가 없는 경우라 일괄공제 5억 원을 받으면 과세표준이 대략 5억 정도 나온다. 세율이 5억까지 20%(누진공제 1천만 원)니까 상속세가 약 9천만 원쯤 되겠군.’ “대략 보니 상속세가 9천만 원 정도 산출되겠네요. 제때 신고하시면 신고세액공제로 10%가 공제될 테니 8천만 원 정도 되겠고, 장례비용공제 등 이것저것 빼고 나면 그보다 약간 덜 나오겠습니다. 물론 추가 재산이나 부채가 없는 경우라면요.”
“그런데 그 돈을 한꺼번에 다 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연부연납이라고 해서 5년 정도에 나눠서 내시면 됩니다. 그리고 세무서에서 연부연납세금의 120% 정도로 상속재산에 저당권을 설정해 둘 겁니다.” “아, 그런가요? 이런저런 문제를 세무사님이 다 처리해 주시는 거죠?” “네. 이 서류는 그냥 두고 가시고 신고에 필요한 추가 서류는 전화로 말씀드리면 우편으로 보내 주세요. 신고가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니까 두 달 정도 남았군요. 신고서가 나오면 수수료 내시고 납부서와 원본 서류만 찾아가시면 됩니다.”
그 뒤 상속세 신고를 하고 나서 한참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세무사님, 저 예전에 상속 신고했던 박 라고 하는데, 세무서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뭐라던가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출입국 기록상 일본에 주로 체류하셨고, 돌아가시기 3개월 전쯤 한국에 입국해서 치료 도중 사망한 경우라 세법상 비거주자에 해당한다네요. 그래서 상속세 일괄공제 5억 원으로 하면 안 되고, 기초공제 2억 원만 받아야 한다면서 금융재산상속공제 2천만 원도 해당 사항이 없대요. 맞나요?” “그러던가요? 어머님께서 비거주자로 판정되시면 상속공제는 기초공제 2억 원밖에 못 받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머님을 거주자로 보아야 옳은데. 혹시 세무공무원이 과세예고통지를 한다고 하지 않던가요?” “네, 뭔가 보낸다고 했어요.” “그럼 그거 받으시면 찾아오세요.”
통화를 하고 얼마 뒤 박○○ 씨가 찾아왔다. “세무사님, 전에 전화로 말씀드렸던 과세예고통지서가 나와서 가져와 봤습니다. 세금이 9천만 원 이상 더 나오게 되었네요. 이를 어쩌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께서 고전무용수라고 하셨죠?” “네. 우리나라에서도 예술의 전당 같은 곳에서 일 년이면 두 차례 정도 공연을 하셨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고전무용수로 살아가기가 좀 어려웠기 때문에 일본으로 가셔서 레슨으로 돈을 버시고, 그 돈으로 저희 가족들이 살아왔지요.” “그럼 혹시 일본에는 가족이나 재산이 없으셨나요?” “없어요. 일본에서는 월세를 내는 맨션(우리나라로 치면 조그만 빌라)에서 혼자 생활하셨어요.” 말하는 중간 중간 억울함과 미안함이 배어 나왔다. 일본에서 한국 고전무용을 가르치며 힘들게 생계를 책임지셨던, 아름답지만 애처로운 한 무용수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쉽네요. 가장 한국적인 것을 하시면서도 외국에서 생활해야 하고, 돌아가신 뒤에는 마치 일본인처럼 비거주자로 취급되는 현실이요. 혹시 국적을 바꾸시지는 않으셨죠?” “전에 세무사님께 어머니가 일본에서 사용하셨던 외국인등록증을 복사해 드렸던 것 같은데요. 일본에서는 외국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비거주자로… 참 억울하네요.” “아참, 그러셨죠. 그럼 무용을 하셨던 기록과 일본에서 체류하실 때 하셨던 일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월세를 사셨다는 맨션의 소재도 알아봐 주시고요.” 얼마 뒤 자료가 도착했다. 일본에서 레슨할 때의 사진들, 작고 누추한 일본의 거주 공간등등. 무척 고운 자태로 멋진 학춤을 추는 사진은 매우 고혹적이었다.
‘이번 사건은 꼭 좋게 끝났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과세예고통지서에 준비된 자료를 바탕으로 과세전적부심사청구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핵심은 소득세법 기본통칙 1-4[주소 우선에 의한 거주자와 비거주자와의 구분]이다.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판단할 때는 1년 이상 계속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지고 출국하거나, 국외에서 직업을 갖고 1년 이상 계속 거주하는 때에도 국내에 가족과 자산의 유무 등과 관련해 생활 근거가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는 때는 거주자로 본다는 규정이다. 박○○ 씨의 어머님은 비록 일본에서 직업을 가지고 1년 이상 거주하셨지만,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자산이 형성되어 있을 뿐 일본에는 가족과 자산이 없었다. 이 점을 주장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세무사님, 저 박○○예요. 세무서에서 당초 신고한 상속세가 맞다네요. 고맙습니다.” “잘 됐습니다. 이제야 한국이 어머님을 알아보는군요.”
대세 하락기와 증여 - 증여재산의 취급
“장 세무사, 나 요즘 죽겠어.” “왜? 업무가 많이 힘들어?” 오랜 지인과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실은 주식에 손을 댄 지 한 1년쯤 됐어. 그런데 요즘 사정 잘 알잖아? 한번 주식이 빠진 뒤로 회복이 안 되니 고민이야. 원금의 절반은 까먹은 것 같아.” “고민이 많겠군. 그건 그렇고 주식 부자들은 이럴 때 증여를 많이 하는데, 그건 아나?” “무슨 이야기야?” “이런 대세 하락기에 미리 증여를 하게 되면, 주식 평가를 증여 전후 2개월의 평균 시세로 정해서 세무 신고를 하거든. 그러니까 증여세를 적게 내고 주식을 이전할 수 있지.”
“증여를 한 다음에 상속이 되면 상속세는 안 내는 건가?” “증여를 한 뒤 상속이 발생해도 상속세를 확정할 때 증여된 것도 포함해서 계산해. 그런데 증여를 포함시킬 때 금액을 증여 당시의 평가액으로 하게 되어 있고, 대세 하락기에 증여한 것은 염가로 계산되니 상속 당시의 주가가 좋아도 상관없다는 거야.” “그러니 세테크 세테크 하는 거군.”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게 뭔지 아나?” “뭐가 더 있어?” “한 가지는 생전에 증여한 것이 10년이 지나면 상속세를 계산할 때 더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럼 인생 말년에 증여해 주는 것보다는 젊을 때 미리미리 증여해 주는 게 좋다는 거 아냐?”
“그렇지. 경기변동이라는 게 10년에 한 번꼴로 큰 흐름이 나타난다고 하잖아? 그러니 좋으면 좋은 대로, 또 나쁘면 나쁜 대로 자기한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어. 또 한 가지, 증여를 하고 3개월 안에 증여계약을 합의해제하면 당초 증여가 없었던 걸로 본다는 규정이 있어.” “그런데?” “대세 하락기라고 봐서 증여를 했다 해도 석 달 동안 더 떨어지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당초 증여를 합의해제해서 증여세 냈던 걸 돌려받고 다시 증여를 할 수도 있다는 거지.” “캬, 누구는 대세 하락기라서 죽겠는데, 누구는 증여를 하거나 증여세 냈던 걸 돌려받을 궁리를 할 수도 있다는 거네.” “그렇지. 나 같은 세무사가 그런 일에 일조하는 거고. 그런데 너무 나쁘게 보지는 말게. 법 규정을 이용해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건 아름답다는 조세 격언도 있으니까. 어려운 이야기 그만하고 술이나 한 잔 하세.”
아버지의 땅 - 우회양도 부당행위계산부인
젊은 여성이 초라하게 구겨진 서류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저 상담할 게 있어서요. 양도소득세 때문에요.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어떤 물건을 양도하셨는데요?” “실은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땅을 부득이하게 팔게 되었는데, 들리는 얘기로는 1년 내에 팔면 양도소득세가 양도차익의 50%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세금 다 내고 빚 갚고 아버지 병원비까지 내려면 돈이 모자랄 것 같아요. 어떻게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1년 안에 팔면 주민세 포함해서 55%예요. 그런데 증여받은 땅에 대한 증여세는 신고하셨나요?” “네.” “그 땅이 어디 있죠? 혹시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신고하시지는 않았나요?” “맞아요. 양주시에 있는 땅인데, 3개월 전인가 증여받았어요. 기준시가가 1억 원 정도라고 해서 한 650만 원 정도 세금을 냈어요.” “땅은 얼마에 파셨어요?”
“3억에 팔았어요. 그런데 양도소득세 1억 내고 삼촌한테 빌린 돈 1억 5천만 원을 갚고 나면 아버지 병원비도 빠듯한 형편이에요. 실은 아버지가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 계시거든요. 아버지가 삼촌한테 1억 5천만 원을 빌리셨는데, 가지고 계셨던 땅을 제게 증여하니까 삼촌이 아버지가 빚을 안 갚으려고 그렇게 한 걸로 보고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걸었어요. 처분금지가처분도 걸고요. 그래서 제가 삼촌에게 가서 땅을 팔아서 빚을 갚을 테니 그냥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했죠. 그래서 취하하기로 합의를 보고 급하게 땅을 팔았던 거예요. 세금은 별로 걱정도 안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는 말에……. 등기부랑 계약서는 여기 가져왔어요.” 나는 등기부를 살펴보았다. 아버지가 당초 취득한 때가
“네, 이○○님이 부친에게 증여받은 땅을 팔았는데, 당초 증여세 신고가 수정될 여지가 있어서 수정신고를 하고, 그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러 왔습니다.” “어떻게 하신 거죠?” “증여받는 토지의 등기부를 보시면, 이○○님이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날이
“처음부터 증여세 신고를 3억 원으로 했다면 모를까, 양도소득세를 안 내려고 증여세를 수정신고하려는 건 아닌가요?” “증여재산 평가기준이 시가이고, 시가가 없으면 기준시가잖습니까? 증여 당시에는 양주시 땅에 대해 별도의 시가 산정이 어려우니 기준시가로 신고했겠지만, 증여일 전후 3개월 내에 매매계약을 하면 매매가액을 시가로 보는 규정에 따라 수정신고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 경우 양도소득세가 없는 건 당연한 이치 같습니다만…….” “검토해 보겠습니다. 여기 양도소득세 신고서 1부가 또 있는데, 이건 뭔가요?”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뒤 5년 내에 양도하게 되면, 당초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계산해 보고 아버지가 직접 팔았다면 나올 양도소득세를 계산해서 더 큰 쪽으로 세금을 결정하는 우회양도 부당행위계산부인규정 때문에 만들어 온 겁니다. 아버지를 납세자로 계산해 보니 10년 넘게 보유한 뒤 판 것으로 해서 양도소득세가 6천만 원 나오더군요. 그래서 증여세는 수정신고만 하고 추가자진납부는 하지 않고 아버지를 납세자로 해서 양도소득세 6천만 원을 납부하려 합니다.”
“검토해 보겠습니다. 신고서 놔두고 가세요.” 그 뒤 한동안 세무서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이○○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제가 납부하시라고 한 돈 6천만 원 납부하셨어요?” “네.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담당 세무공무원이 증여세로 냈던 630만 원도 돌려주고, 일처리를 참 잘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아무튼 다른 일 생기면 또 연락할게요.” “잘됐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 주세요.”
억울한 사연 - 등록세 중과
“어이, 장 세무사. 지금 통화할 수 있겠나?” “네, 괜찮습니다.” 최근 소규모 건설업 법인을 인수한 삼촌의 전화였다. “구청에서 이상한 게 하나 왔네. 세금을 한 4천만 원 정도 내라는 얘기 같은데, 지금 자네 팩스로 보냈는데 들어갔나?” “잠깐만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잠시 뒤 팩스를 확인해 보니 구청에서 보낸 과세예고통지문이었다. 4년 전 건설사에서 신축한 아파트에 대한 건물분 등록세를 중과세율(일반세율의 3배)이 아닌 일반세율로 신고납부한 데 대한 추정세액 예고내용이었다. “삼촌, 4년 전에 아파트 지은 적 있으세요?” “4년 전 일이라 나는 모르는 일이네만, 전임 대표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한 일이 있었다는군.” “몇 가지 확인해 볼 사항이 있으니 조금 뒤에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일단 ○○건설은 법인이니까 개인이 취득하는 부동산은 아니고, 본점이나 지점의 설립ㆍ설치 후 5년 이후에 본점이나 지점을 이전하려고 취득한 부동산도 아니고, 사택용 부동산도 아닌 건설업 법인의 재고자산용 부동산이다. 부디 도시형 업종에 속해야 할 텐데…….’
법전을 살펴보니 등록세 중과배제대상 도시형 업종에는 국토해양부에 주택건설업 등록을 하고 취득하는 부동산에 관한 규정이 있었다. 내용을 확인하고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삼촌, 전임 대표에게 4년 전 아파트를 신축할 때 (구)건설교통부에 주택건설업 등록을 했는지 좀 확인해 주세요.” “그래? 내가 알아보고 다시 전화하지.” 전화를 끊고 과세예고통지문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응? 아파트 신축용 부지를 살 때는 등록세를 중과세로 신고해 놓고, 아파트를 다 짓고 건물 보존등기를 할 때는 일반세율로 신고한 경우구나. 그렇다면 애초부터 주택건설업 등록을 한 다음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건물분 등록세의 신고납부를 잘못했을 가능성이 더 높겠어.’ 잠시 뒤 삼촌이 다시 전화를 하셨다. “안 했다는군. 10여 세대 정도의 나홀로 아파트를 지을 때는 꼭 등록할 필요가 없는 터라 안 해 버렸다네.” “삼촌, 잠깐만요. 지방세 감면조례라고 서울시세 감면조례를 한번 살펴볼게요.”
지방세 조례는 일반조례와 감면조례로 나뉘어 있는데, 일반조례는 지방세법을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은 내용이고, 감면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을 감안해 감면 내용을 규정한 것이다. “삼촌, 서울시세 감면조례를 보니 전용면적 60제곱미터 이하인 5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당시 아파트 분양면적이 얼마로 되어 있는지 확인 좀 해 주세요.” 잠시 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장 세무사, 분양면적 86제곱미터로 15세대를 지었다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삼촌, 죄송한 말씀이지만, 과세예고통지문을 보니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포함하지 않은 금액으로 통지한 건이라 여기에 납부불성실가산세가 약 40% 정도 붙습니다.” “저런! 그게 그런 내용인가? 답답하군, 답답해.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삼촌, 등록세는 법인 중과세분이니 법인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4년 전의 일이니 법인이 내지 못하면 그 당시 과점주주가 부담하는 내용이긴 합니다. 하지만 당장 세금을 안 내면 법인이 체납자가 되어서 건설업을 하시는 데 지장이 있을 겁니다. 그때 낼 세금은 그때 정리했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가산세 문제는 생각을 좀 해 봐야겠네요.” “그게 무슨 말인가? 가산세는 뺄 수 있다는 건가?” “아니요.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납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가산세를 내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 등록세 신고대행을 법무대리인이 했을 텐데 업무착오를 한 만큼 가산세는 대리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래? 그럼 그때 등록세 신고대행을 했던 사람을 찾아봐야겠군.”
다음 날 삼촌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장 세무사, 그 법무대리인을 알아봤네. 그런데 이상한 공문을 한 장 보냈더군. 팩스로 보낼 테니 한번 검토해 봐.” 팩스를 받아 보니 4년 전 법무대리인의 사무장이 이 건 부동산 등록을 대행할 때 구청에서 등록세 납부서를 일반세율로 발급해 주었으므로 업무의 잘못은 구청 세무과 공무원에게 있다는 내용의 공문이었다. “삼촌, 안 되겠습니다. 대리인의 잘못을 공무원에게 전가시키는 공문이에요. 설사 세무과 공무원이 업무 착오를 했더라도 등록세는 신고납부세목이라 납세자한테 잘못이 있다고 보는 것이 주류 판례입니다. 그런데 그 법무대리인도 참 경우가 없네요. 잘못을 인정하고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것이 대리인의 도리인데 말이죠.” “그런가? 그 내용을 정리해서 팩스로 좀 넣어 주게. 법무대리인에게는 내가 연락을 취해서 조치해 보겠네.” 다음 날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장 세무사, 자꾸 전화해서 미안하네. 그런데 법무대리인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군. 가산세 여부는 말할 것도 없이 본래 세금도 안 내는 길이 있다면서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내 보자고 하네.” “그래요? 저도 이것저것 검토해 보았는데, 무슨 근거라도 있답니까?” “팩스로 온 내용이 있는데 받아 보겠나?” “네, 보내 주세요.” ‘만일 본세를 안 내도 되는 뾰족한 수가 있다면 세무사인 나보다 낫군.’ 잠시 뒤 팩스로 7장 가까운 판결문이 들어왔다. 하지만 판결문의 내용을 읽어 보니 사실관계가 다른 판례였다. 삼촌이 괜히 헛된 희망을 가지실까 봐 얼른 전화를 걸었다. “삼촌, 그냥 빠른 시일 내에 조기결정을 받아 세금을 내고 가산세 부담 여부는 대리인과 협의해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장 세무사, 나보다 장 세무사가 이 문제는 더 잘 안다는 걸 아네만,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한번 해 보세.” “삼촌, 청구 주장 자체가 이미 대법원에서 패소했는데, 제가 어떻게 행정관청을 상대로 이기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래도 삼촌이 해 보고 싶으시다면 문서 작성은 대행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납부불성실 가산세는 매일 늘어갈 겁니다.”
“가산세 부담은 그 법무대리인과 해결해 보겠네. 그래도 법무대리인이 한번 해 보자는 것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삼촌, 그건 그렇고 전임 대표는 뭐라고 합니까? 그분도 응당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전화해 봤는데, 지금 자기 한 몸 살기도 힘든 사람이야. 억울하지만 사업 인수하고 액땜했다고 생각해야겠네. 아무튼 그 법무대리인이 하자는 대로 문서를 작성해 주게.” “알겠습니다.” 이후 가산세를 취소해 달라는 불복청구를 진행했으나 기각되었고, 여전히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고지서를 본 일이 있소? - 서류의 송달
“세무사님, 여기 ○○산업인데요.” “네, 유 차장님. 어떤 일로 전화 주셨나요?” “저희가 인천 소재에 영업장이 한 군데 있는데요. 세무서에서 세금계산서 매출 부분이 누락되었다고 해당 내용을 소명하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기타 매출 부분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매출누락은 아니라서 매출처별세금계산서합계표 불성실가산세만 부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하다가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고지서 보냈는데 왜 세금을 체납했느냐고요.” “세금계산서 매출 부분이 왜 기타 매출 부분으로 신고된 건가요?” “저희 지점이 POS(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로 매출관리를 하잖아요. 그러니까 총매출이 전산에 다 노출돼요. 그런데 거래업체 중 세금계산서를 끊어 달라는 업체들이 있어서 끊어 주고 나면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때 POS 전산 총매출에서 세금계산서 발행부분은 세금계산서 매출로, 나머지는 기타 매출로 구분해서 신고하거든요.” “아, 그러니까 전산상 총매출이 100이고 매출세금계산서를 30 발행하면 기타 매출로 70, 세금계산서 매출로 30 이렇게 신고를 하신다는 거군요.” “네, 맞아요.”
“일단 조세불복청구를 하면 인용될 사안 같네요. 고지서를 못 받은 상황인데 어떻게 체납이 되었다고 하나요?” “아, 전자고지서인가로 고지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전자송달은 납세자가 신청해야 하는데, 혹시 전자송달 신청을 하셨어요?” “아니요.” “그럼 해당 고지서에 발급 날짜가 언제로 되어 있나요?” “잠깐만요, 벌써 석 달 전에 보낸 거네요.” “그렇군요. 제가 조금 생각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세무서에서 납세자에게 안내문, 통지문, 납세고지서 또는 독촉장 등을 보내는 것을 서류의 송달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서류의 송달은 법률이 정한 서류의 송달 요건에 맞아야 납세자에게 효력을 가지게 된다. 일단 서류의 송달은 우편송달, 교부송달, 전자송달로 나뉘는데, 전자송달은 반드시 납세자의 신청을 필요로 한다. 나는 ○○산업에 전화를 걸었다.
“전자송달 신청이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불복청구를 넣어 보죠. 정말 전자송달 신청이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만일 전자송달 신청이 있었다면 고지서를 받은 지 90일이 넘은 건이라 불복청구 때 심리도 못 받아 보고 각하될 겁니다.” 그렇게 해당 사안을 가지고 불복청구를 한 뒤 한 달쯤 되었을까, 심판원에서 전화가 왔다. “여기 심판원입니다. 내용을 보니 억울하신 것 같긴 한데, 전자송달이 된 지 90일이 넘은 사안이라서요.” “전자송달은 어떻게 된 건가요?” “해당 세무서에서 자료를 받았습니다. 전자송달신청서를 보내왔는데, ○○산업에서 전자송달신청서를 작성하신 게 맞는 거 같아요.” “그거 팩스로 받아 볼 수 있을까요?” 잠시 뒤 팩스가 한 장 들어왔다. 그런데 팩스로 온 ‘전자송달(신청ㆍ철회)서’를 살펴보니 철회란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게 아닌가? 반면 내용은 전반적으로 전자송달을 신청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 “전자송달신청서를 봤는데요. 철회란에 동그라미가 있는데 내용상으로는 신청이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고민이에요. 이걸 신청한 것으로 봐야 하는 건지 아닌지.” “일단 회사 담당자와 통화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죠.”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산업에 전화를 걸었다. “유 차장님, 인천 영업소 매출누락 건과 관련해서 심판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팩스 한 장 넣었으니 한번 보세요.” “잠깐만요. 어? 이건 전자송달신청서군요. 아니, 이걸 누가 작성했지? 이거 김○○이 작성한 것 같은데요?” “김○○이라면 신입사원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얼마 전에 다른 일을 해 보겠다며 그만두었어요. 그런데 김○○의 필체가 확실한 것 같네요. 거참,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네.” “그런데 거기 위에 보시면 전자송달 신청이 아니라 철회란에 동그라미가 되어 있습니다.” “어? 정말 그러네요. 일단 제가 김○○에게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 차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세무사님, 김○○이 전자송달신청서를 쓴 게 맞답니다. 세무서에 갔더니 권유를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썼다네요.” “그런데 왜 철회란에 동그라미가 되어 있죠?” “그건 잘 모르겠답니다.”
“아무튼 신청을 하려 한 건 사실이군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저는 전자송달신청이 되어 있는지 몰랐어요. 이번에는 제가 확실히 전자송달신청을 철회해야겠네요.” “그러세요. 그럼 이 사건은 각하될 겁니다.” “그런데 매출누락 건의 부가가치세는 그렇다 치고, 법인세와 소득세로 납세고지서가 나온다면 그대로 내야 하나요?” “담당 사무관님이 억울한 내용까지는 파악하신 듯합니다. 법인세나 소득세로 납세고지서가 나오면 부가가치세까지 엮어서 불복청구를 해 드릴게요. 법인세, 소득세는 안 내도 될 겁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
‘아직 불복청구의 여지는 있으니까 심판원에 내용을 정리해 놓아야겠군.’ 나는 그렇게 정리하고 심판원에 전화를 걸었다. “○○산업 불복청구대리인 장 세무사입니다. 부가세 불복청구건을 취하하려고요.” “왜요? 전자송달신청을 한 게 맞다고 합니까?” “네, 신입직원이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철회란에 동그라미를 친 건 착오였던 것 같으니, 어쨌든 신청한 게 맞습니다.” “그럼 각하될 텐데 왜 불복청구를 취하하시려는 거죠?” “일단 취하했다가 매출누락분 법인세로 납세고지가 나올 때 같이 넣어 보려고요.” “아,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네, 그래서 취하부터 하고 기다릴 생각입니다.”
유리지갑 - 소득구분의 실익
“여러분은 모두 기업체 회계실무 담당자들이니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묻겠습니다. 왜 근로자들의 소득을 유리지갑이라고 할까요?” “월급이고 상여고 빤히 세무서에 다 보고가 되니 그렇죠.” “그렇죠. 수입 구조가 투명하게 노출되니 유리지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투명한 게 좋은 거 아닌가요?” “투명하다 해도 근로자가 더 불리한 것 같아요. 사업자가 밥을 먹고 신용카드를 긁으면 경비 처리가 되는데, 근로자가 밥을 먹고 신용카드를 긁으면 일부만 소득공제가 되니까요.” “그럴까요? 근로자가 종합소득공제를 받을 때는 항목별 공제를 해 주는 데 반해, 사업자의 경우는 표준공제 60만 원만 해 주는데요?” “…….” “뭐 답변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로 투명하다는 전제 하에서 사업자와 근로자 사이에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 무엇인지를 아는가 하는 것이죠.” “그게 뭡니까?” “제가 생각하기로는 소득금액을 확정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업자의 사업소득금액을 확정하는 방식으로는 기장에 의한 방식과 추계에 의한 방식이 있습니다. 반면 근로자의 근로소득금액을 확정하는 방식은 근로소득공제밖에 없죠.” “…….”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볼까요? 사업자나 근로자나 수입금액이 똑같다고 가정할 때, 소득금액 확정시 달라지는 점은 필요경비입니다. 그런데 사업자의 경우 필요경비를 기장에 의해 확정할 수도 있고, 추계 신고라고 해서 단순경비율 또는 기준경비율로 확정할 수도 있죠. 반면 근로자의 경우는 무조건 필요경비는 근로소득공제뿐입니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종합소득공제에서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항목별로 지출액을 공제해 주는 것이죠.”
“그러니까 사업자가 유리하다는 건가요?” “경비 구조는 확실히 사업자가 유리합니다. 연봉 4,500만 원인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공제가 1,275만 원이니 연봉 대비 경비율이 30%가 채 안 됩니다. 반면 사업자의 경우는 기장한 경비를 공제할 수도 있고, 경비가 없다면 단순경비율이나 기준경비율로 할 텐데, 보통 단순경비율은 60% 이상이고 기준경비율도 30%에 육박하죠. 그런데 이 비율은 수입이 클수록 더 차이가 크게 납니다.” 대답은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그럼 투명하다는 전제 하에 세금과 관련해서 사업소득이 더 유리하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네.” “이쯤에서 소득구분의 실익에 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개인의 소득은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으로 구분됩니다. 퇴직소득과 양도소득은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고 계산도 간단하니 넘어가죠. 종합소득은 이자ㆍ배당ㆍ부동산임대ㆍ사업ㆍ근로ㆍ연금소득과 기타소득까지 7종의 소득을 합한 것을 말합니다.” “…….” “그런데 각 7종의 소득금액 확정 구조는 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공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즉, 수입금액이 동일하다는 가정 아래 필요경비 산정방법이 다르니 소득구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득금액이 다르고 세금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죠.”
“예를 들면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외주를 주거나 아르바이트를 쓰거나 하실 텐데요. 그때 용역비를 받는 분들은 같은 금액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소득구분이 되느냐에 따라 세금이 다르죠. 어떤 회사는 용역자의 사업소득으로, 어떤 회사는 용역자의 기타소득으로 처리하고, 어떤 회사는 용역자를 일용근로자로 보아 근로소득으로 처리하니까요.” “어떤 것이 맞는 건가요?” “일단 이론적으로는 근로소득은 고용관계가 있는 경우에 적용하고,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은 고용관계가 없는 경우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업소득은 반복적으로 계속 소득을 얻는 경우이고, 기타소득은 일시적ㆍ우발적으로 소득을 얻는 경우죠. 다만, 고용관계 여부나 업무 빈도와 관련해서는 조절이 가능할 것입니다.” “소득구분은 어떤 게 가장 유리한가요?” “예를 든 걸로만 하면 기타소득으로 구분되면 수입금액의 80%가 필요경비고, 사업소득으로 구분되면 단순경비율이나 기준경비율 정도, 근로소득으로 하면 일당 10만원까지 근로소득공제가 되니 금액별로 조금 다르겠네요. 아무래도 기타소득이 가장 유리하죠. 게다가 기타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구분되면 사업자가 4대 보험의 부담도 안 지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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