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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마케팅 (도서요약)

by 홍승환 2009. 4. 13.

스페이스 마케팅

 

공간에 대한 특별한 접근 / 왜 스페이스 마케팅이 필요한가

 

이 책에서는 스페이스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마케팅적 부분들을 스페이스 마케팅(공간 마케팅)으로 지칭하고자 한다. 필자가 말하려고 하는 내용은 기존에 소개된 경험 마케팅 또는 체험 마케팅 등과 유사하지만, 사례에 대한 해석과 접근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스페이스 마케팅은 문화적 배경 또는 문화적 감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고, 스페이스 마케팅의 가장 큰 전제는 공간의 규모와 성격을 막론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사람의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경험에 대한 기억을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험에 의한 기억은 스페이스 마케팅의 핵심 요소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은 대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도되는 것이고, 또 경험은 이용자나 소비자로 하여금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하는 가치를 만든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나이키의 사례를 살펴보자.

 

나이키는 1990년대 들어서 스포츠업계 최강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는데, 나이키가 선두 자리에 취해 있을 때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아디다스는 신세대에게 호소하면서 매우 공격적이고 치밀하게 나이키의 영역을 침범해갔다. 그러자 나이키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며 재정비에 돌입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매장 환경을 통한 입체적 마케팅 전략이었다. 매장을 거대한 체험의 장으로 만들어, 즐거운 공간을 경험하게 하고 첨단의 이미지를 인식하게 하여 매력적인 나이키를 구매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나이키는 소비자의 다양한 의식과 인식의 과정 및 경험과 기억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고, 체험자가 경계 진입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테면 출입문이 없어도 경계의 장소를 지나면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의식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이키는 마을 개념의 타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그들은 일반적으로 작은 공동체를 의미하는 마을에 주목했고, 나이키타운을 마을처럼 구성해갔다. 예를 들어 마을에는 학교도 있고, 경찰서도 있고, 공공회관도 있다. 또 오밀조밀한 골목길도 있고, 모두가 웃고 떠드는 광장도 있어 나이키타운은 이렇게 평범한 마을이 되었다. 아울러 농구 코너, 골프 코너, 러닝 코너 등이 하나의 개체로 구성되며, 각 클러스터(Cluster)는 골목길을 만들고 이 골목길은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광장은 나이키타운의 중심으로 입체적 시각 장치 또는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하게 된다.

 

한편 나이키 타운은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개념으로 내부 공간을 전개시켜갔다. 예로 뉴욕의 나이키타운과 런던의 나이키타운은 각각의 지방색을 가미해서 유사하지만 지역에 맞는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따라서 나이키타운을 방문하는 고객은 누구든 나이키타운의 주민이 되고, 이는 결국 브랜드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공동체 의식 같은 공동의 이미지(즉 나이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나이키타운의 방문 경험은 전격적인 체험 마케팅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그 자리에서 즉각적인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나이키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결국 잔상으로 남은 경험과 이미지들은 나이키를 갖고 싶게 하고, 비록 할인점에서 구매할지라도 최고급 브랜드를 가졌다는 기쁨을 제공하게 한다. 한편 매장을 통한 나이키의 체험 마케팅 접근은 수많은 경쟁 브랜드에게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이들은 나이키와 달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해 실패했다.

 

상업 공간의 기본 전제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집객(集客)이라 하는데, 사람이 모이지 않는 상업 공간은 무조건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상업 공간뿐만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이러한 집객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을 모으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집객을 위한 실천적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고 광범위해서 모든 요인을 거론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작은 개별 디자인 상품에서부터 도시까지 아우르는 핵심적 요소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사람을 모으는 공간의 기능적 측면과 함께 감성적 측면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기능을 부여하거나, 보다 세밀하게 성격이나 요소에 대한 해석과 접근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기능을 부여한 경우는 극장, 서점, 오락실처럼 강한 목적성을 띤 시설이 해당된다. 실제 집객시설로 분류된 멀티플렉스 극장은 미국 내 복합 상업시설에서 고객의 방문 수를 5배나 증가시키고, 체류 시간을 3~4시간 연장시킨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시간 개념이 현재 원스톱(One-stop)에서 원데이(One-day)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과 더불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적 측면인데,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머물고 싶거나 가고 싶어하는 심리적 유도인 셈이다. 즉 눈에 띄어야 하는 변별성,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 전체적으로 산만하지 않으면서 일관된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 그리고 한눈에 부각되는 시선 집중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측면들은 도시 전체뿐만 아니라 개별 공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집객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문제도 전체 공간을 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고려점인데, 상업 공간의 집객 요소 배치 효과 중에는 분수 효과샤워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거대한 쇼핑 공간에서 집객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식당가, 극장, 서점의 배치를 통해 이런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즉 최상층이나 최하층에 구성된 집객 공간은 그 공간을 향해 이동하면서 전체 쇼핑 공간을 거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효과는 비단 수직 공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수평 공간에서도 동선 안에 배치되는 다양한 매장은 특정한 집객 공간의 영향권 안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다 확장된 도시의 경우는 어떠한가? 도시의 집객 효과는 삶이라는 가치관과 연결되며, 공원이나 쇼핑몰, 미술관, 박물관 등이 해당된다. 한편 상업적 목적은 아니지만, 케빈 린치의 유명한 도시계획서 『도시의 이미지』에서는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요소로 길(Paths), 점(Edges), 구획(Districts), 절점(Nodes), 랜드마크(Land Mark) 등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도시에서 길이라고 하는 공간의 연결선이 제공하는 다양한 흥미는 실내 공간의 동선과 연결시켜볼 수 있고, 점의 요소는 도시에서 포인트가 되는 접점으로 흥미로운 조각이나 코너 역시 내부 공간의 동선 중에 위치한 장면들이 될 수 있다. 구획은 도시의 블록이며, 다양한 캐릭터가 부여될 가능성이 있고, 절점은 점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면서 공간의 변곡점을 드러낸다. 더불어 도시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랜드마크의 특성은 개별 단위 공간에서도 외부를 향한 상징적 입면이나 변별성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스페이스 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해

 

디자인, 공간, 경영은 그 명칭만큼 다양하고 각기 다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요소(단어)들이 그다지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최근 들어 여러 환경의 변화를 체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로 이미 공예, 광고, 산업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는 디자이너의 경영자적 마인드와 마케팅적 접근이 상당 기간 동안 전개되어왔다. 따라서 이제 공학이나 판매 및 세일즈 등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디자인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이러한 관계를 잘 파악한다면 적극적이고 다양한 디자인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 즉 미학적 가치 기준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매우 주관적이고 개별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순수 예술이 아닌 상황에서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미학적 접근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이미지 차원이라면 오히려 순수 예술적 접근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객관적이고 이상적인 진정성(Authenticity)을 확립하고 싶어하는데, 진정성의 문제는 소비자가 디자인된 결과물을 평가하는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왜냐하면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가치인데, 가치를 평가하는 요소 중 진정성이라는 미학적 기준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이미 수준 높고 잘 다듬어진 디자인이 기업에게 여러 가지 이익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깊이 인지하고 있다. 예로 매년 그해의 성공 상품이나 굿디자인 상품을 선정하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스페이스 마케팅 기초 단계

 

스페이스 마케팅은 몇 가지 전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람들의 심리적 상황에 기인한 행동을 배경으로 한다. 습관과 행동은 특정한 상황에 개별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기억 또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한편 체험의 측면에서는 감각(Sense), 감성(Feel), 인지(Think), 행동(Act), 관계(Relate) 등의 부분이 이합집산을 이루면서 개인적, 개별적, 공유적 체험의 혼합 이미지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와 같은 화학적 혼합의 이미지들로 인해 스페이스 마케팅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브랜드 마케팅에 적용되는 몇 가지 특징들을 스페이스 마케팅의 전제로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브랜드 페르소나(Brand Persona) : 브랜드 페르소나는 개성, 외모, 가치,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성별, 크기, 모양, 민족성, 지적 수준, 사회ㆍ경제적 위치, 교육 수준 등 소비자가 브랜드에서 연상할 수 있는 인간적 특성으로 표현되는데, 이를 공간으로 전환하면, 공간에 대한 페르소나는 다양한 모습이 가능하다. 예로 매력적인 도시 파리나 화려하고 섹시한 라스베이거스 같은 도시와 중국풍 색감 및 장식으로 가득한 차이나타운 등 공간에서도 우리는 페르소나를 느끼곤 한다. 즉 특정 기업의 브랜드처럼 도시 및 국가에도 하나의 브랜드 페르소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의 편리함(Ease of Recall) : 경험은 어떤 장소나 대상을 다시 찾아가게 만드는 요소이다. 예를 들어보면 강남역의 뉴욕제과 앞이 그러한데, 하나의 상징으로서 뉴욕제과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이 가장 손쉬운 경험인 데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 : 강력한 이미지의 특정한 트렌드를 가졌거나 화제가 될 만한 이슈가 된 카페나 레스토랑이 주변의 유사한 카페나 레스토랑에 대해 경쟁력을 갖는 현상과 유사한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리의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가 그러하다.

 

소비자의 타성(Consumer Inertia) : 소비자의 타성은 익숙하지 못한 것에 대한 거부감을 말한다. 문화로 대체해서 생각해보자면 우리의 1960년대 아파트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이전의 전통 한옥 공간과는 다르게 별채로 떨어져 있던 화장실이 점차 집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주방 역시 별도 공간에서 집안의 중심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신을 벗고 실내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신을 벗는 행위 자체에 대한 타성은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스페이스 마케팅이 가능한 공간을 기획하는 데 고려되어야 할 요인은 매우 많다. 예컨대 남자/여자, 성인/어린이, 이용자의 사용 시간대, 연령층(10대, 20대, 30대, 40대 등)에 대한 분석은 시대적 상황(시대의 유행)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좀 더 구분해보면 동양/서양, 자국 문화/이국 문화, 낯익은/낯선, 새로운/오래된, 불편한/편리한, 좁은 공간/넓은 공간, 낮은 공간/높은 공간 등 매우 다양한 분석의 요소가 등장한다. 한편 이들은 분석의 요소임과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참고로 경제적 수익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분석이 매우 중요하고, 올바른 분석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스페이스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요소

 

감각의 요소

인간의 본능 중에는 호기심이 있는데, 호기심은 처음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새로운 것에 대한 신기함을 느끼며 오감을 동원해 파악하려고 한다. 오감의 초기 단계는 시각적 자극이다. 물론 오감 중 어느 것이 먼저고 나중이고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오감의 기관들은 서로 동시에 판단의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그 가운데 어떤 성질이 더욱 명확한가가 중요한데, 시각과 후각, 청각을 자극한 이후 대개 촉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촉감은 다른 감각에 비해 보다 직접적으로 반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체험 역시 이미 온몸으로 체험한 기억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실제적 체험이 중요하며, 특히 직접 느끼는 오감의 반응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변의 상점들을 둘러보면 오감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을 다음과 같이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각 : 예로 마르니(Marni)라는 고급 여성복 브랜드는 파리 매장에서 문어 같은 스테인리스 오브제와 붉은색을 기본으로 강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르마니 역시 전체 공간을 연한 아이보리색의 대리석으로 통일해서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박스형 형태를 적용하여 너무 여성스럽지 않은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촉각 : 세계적 의류회사인 베네통은 『베네통 이야기』에서 밝혔듯이 점원이 꺼내주는 상자 속의 상품이 아니라, 행거에 진열되어 소비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고를 수 있는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매출을 증가시키고 있는데, 촉감은 가장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감각이다.

 

청각 : 백화점 같은 대형 쇼핑 공간은 이용자의 시간대에 맞춰서 음악을 선정하고, 공항 역시 이용자를 위해 다양한 음악을 제공한다. 그리고 자연의 원초적 소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일본의 캐널시티는 분수를 이용한다. 즉 분수의 시각적 차원뿐만 아니라, 솟아올라 떨어지는 물소리까지 더해진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방문객으로 하여금 자연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후각 : 후각은 눈에 띄지 않은 상태에서의 느낌으로 기억의 맛을 자극하는 요소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식당 등 음식과 관련된 업종은 일부러 냄새를 제거하지 않으려고 한다.

 

공간의 요소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산업화된 도시는 삶의 여유를 잃게 만들어, 도시인들은 거대한 공간에서 의사소통을 복원하고 삶의 여유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는데, 공간에 대한 해결법을 몇 가지 특징적 요소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보행 공간 : 보행자 통로를 설치하여 차도를 건너는 불편함을 해소하거나 지하의 보행 공간을 연결하여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극복할 수 있다. 또 야외 통로는 실내의 폐쇄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방감을 제공하면서, 관광지의 오밀조밀함을 느낄 수 있는 골목길 방식으로 구성하곤 하는데, 홍콩의 도심 오피스 공간들을 관통하고 있는 보행전용 공간 등이 대표적 사례다.

 

광장 : 공간을 개방적으로 구성해서 흥겨운 행사의 장을 만들거나, 분주한 만남의 장소를 연출하곤 하는데, 서울의 시청 앞 광장이나 베이징의 자금성 앞 광장처럼 대규모로 구성되기도 한다. 한편 이탈리아의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피아차 역시 열린 공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녹지 공간 : 녹지 공간은 인공적이고 규칙적인 데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자연의 편안함으로 유도하는데,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대표적이다.

 

계단 : 층과 층을 이동하는 수단이 되는 계단은 전체 공간의 심미적 요소로 작용하는데, 최근에는 계단과 더불어 경사로를 다양하게 구성해서 공간감에 변화를 주고 있다.

 

: 축은 시각적으로 중심선을 말하는데, 고전적 공간의 축은 엄격하고 직선적이어서 종교나 권력에 대한 권위감이 강조된다. 한편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축은 절점을 이어주는 꺾어진 선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보다 역동적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성은 로마의 베드로 성당이나 파리시 전체를 관통하는 도시 축으로 나타나며, 우리의 경복궁에서 광화문을 통해 이어지는 전통적인 도시의 축 역시 엄격함을 보여주고 있다.

 

원호 공간 : 곡선을 비롯해 원을 이용한 공간들은 시각적 역동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전체 크기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여성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느낌으로 다가서기도 하고, 조명과 색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경기장처럼 거대한 공간은 사방으로 동일한 시선을 제공하기 때문에 평등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공간의 크기 : 공간의 크기는 경외감과 감탄의 대상이 된다. 특히 시야를 압도할 정도의 크기는 종교적 절대성까지 부여한다. 반면 손에 닿을 수 있는 크기는 편안하고 쉬운 공간으로 느껴진다.

 

빛과 색의 구성 : 빛의 다양한 적용은 공간의 크기를 변화시키거나, 심리 상태를 좌우한다. 또한 자연 빛에 대한 조절은 편안함이나 불안함 등의 다양한 심리적 효과를 나타낸다. 인공조명 역시 조도의 구성에 따라 자연 빛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며, 시각을 강제적으로 조절하여 공간에 대한 느낌을 변화시킨다.

 

장치와 장식 : 공간을 꾸며주는 다양한 장치는 공간의 크기와 관계없이 시각적ㆍ촉각적 요소들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컨대 시계탑, 가로등, 배너(banner, 현수막), 상징 조각, 화분, 인공 수목, 의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장치들은 본래의 기능을 더욱 확장하고 강조하는데, 예로 디즈니랜드의 수없이 많은 배너와 시계탑은 디즈니랜드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킨다.

 

차별화된 외관

지역적 공간(Regional Space) 개념인 클러스터 효과는 공간적으로 모여 있을 때 특히 효과적이고, 시장 단위의 거대 규모가 아닌 개별 입장에서도 클러스터 효과는 위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도시에서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 유사한 업종들이 함께 모여 있는 클러스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이대 입구에는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의류 매장들이 빼곡히 위치해 있는데,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여 한동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이지캐주얼(Easy Casual) 브랜드들로 가득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이지캐주얼 브랜드들의 초기 영업 전략을 보면,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나 수에서는 별반 차별점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브랜드들은 차별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고, 결국 최근 몇 년간 지오다노와 경쟁하는 대부분의 국내 이지캐주얼 브랜드들은 디자인 면에서 지오다노와는 전혀 다른 시각적 요소들을 강조하곤 한다. 차별화가 절실해진 것이다.

 

이제는 매장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로도 차별성을 드러내야 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차별성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매장 내부의 구성은 극히 개별적 영역이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외관은 일정 부분 공공적 요소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도시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도시 경관의 입장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런데 차별화된 외관이라고 해서 단순하게 차이만을 강조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야기 만들기(Brand Story)

 

장소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하나하나의 디테일보다는 그 장소나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행위나 현상 등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줄거리를 가져서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소나 공간 같은 환경에 대한 기억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징과 특징이 연속되는 줄거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이처럼 이야기 구조를 지닌 공간들을 전 세계적으로 만날 수 있다. 뉴욕과 런던의 나이키타운이 그렇고, 우리나라의 카후나빌이나 마르쉐 같은 레스토랑이 그러한데,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특징이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그 안에서 분위기를 만끽하며 이야기가 주는 환상성(Fantasy)에 빠져들게 된다.

 

 

매력적인 공간 만들기Ⅰ : 도시와 공간

 

도시의 공간 전략

도시 공간은 질적으로 쾌적함과 매력적인 면을 동시에 드러내야 한다. 따라서 도시 공간은 전략적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으며, 전통적인 도시 계획의 입장도 이러한 전략의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도시의 전략적 공간 요소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해 : 환경오염은 산업화된 현대 사회의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점으로, 많은 도시가 개선을 위해 노력하거나 가히 혁명에 가까운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공원 : 환경과 자연은 도시에서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으며, 환경 생태계의 공익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자연 환경에 가까운 공원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도시에 인접한 공원은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가시설인 동시에 다양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경관 : 경관은 여러 가지로 접근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도시의 자연 경관, 즉 수변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워터프런트 개념이나 역사적 도시 경관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역사적 도시 경관은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타 도시에 대해 변별성을 갖게 하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존중받는다.

 

주거 : 도시 주거는 매우 민감한 문제인 동시에, 도시 구성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거의 형태와 구성은 개별 사항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환경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문화적 공간 : 문화적 공간은 문화를 직접적으로 상품화한 연극, 영화, 오페라, 연주 등을 즐기는 직접적인 단위 건축물뿐만 아니라, 도시민의 감성적 부분을 자극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지칭한다.

 

그밖에도 교육시설, 체육시설, 상업시설 등 다양한 요소가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도시민에게 제공되는 쾌적한 환경은 경제적으로도 좋은 조건이 됨으로써 또 다른 생산을 창출하고 수익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도시의 심벌 랜드마크

도시를 쉽게 인지하게 하는 상징물을 랜드마크라고 하는데, 랜드마크는 도시 전체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일정한 영역의 지역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고 랜드마크는 개별 건물일 수도 있고, 천안문 광장처럼 장소가 되기도 한다. 또 오래 전부터 존재해오면서 역사성을 띤 대상은 당연히 랜드마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새로운 랜드마크가 계획되는 경우도 있는데, 방식은 여러 가지이다.

 

첫 번째는 크기 또는 높이를 키우는 것인데,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런던아이, 서울의 남산타워와 63빌딩,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이 이러한 랜드마크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형태를 과감하게 구축하는 것인데, 예로 런던의 스위스 리 본사 건물은 형태의 독특함으로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형태가 특이하다고 해서 무조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직설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형태로 구성하는 경우도 일종의 랜드마크적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물고기 형태로 직설적 표현을 한다거나, 햄버거처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 등이 해당된다.

세 번째는 역사적 유물을 바탕으로 하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서울의 남대문과 파리의 오페라극장 등 오래된 역사성을 확보한 경우가 해당된다. 네 번째는 예술 작품처럼 그 자체의 독창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파리의 에펠탑을 모방한 도쿄타워 역시 어느 정도 도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적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형태미에서 독창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효과는 훨씬 덜하다.

 

기업들은 랜드마크를 통한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고, 국가나 도시의 경우도 브랜드 연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랜드마크는 유도 효과를 냄으로써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예로 별 흥미로움이 없던 빌바오 도시에 세워진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직접 방문하고자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아무튼 랜드마크를 통한 경제적 효과는 매우 커서 여러 방면에서 이익이 된다.

 

매력적인 공간 만들기 Ⅱ: 건축과 공간

 

새로운 마케팅 도구, 쇼룸

이 책에서 수없이 언급하는 경험이나 체험, 그리고 브랜드 등의 마케팅도 결국은 경쟁에서 비롯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처럼 치열한 시장주의 경제에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기업들의 마케팅 관점이 직접적 수입을 올리는 방식에서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브랜드 쇼룸을 만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광고 같은 홍보에 머물지 않고 브랜드 쇼룸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연상의 지속성과 강한 인상을 통한 브랜드 기억 또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굳이 브랜드 전략이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는 실제의 공간을 통해 기억이 확실히 전달되고 있음을 느낀다. 예로 여행을 하면서 파리를 인식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구경하고 싶은 도시로 느끼는 것은 파리라는 도시에서 했던 경험 때문이다. 당연히 기업은 이처럼 기억할 만한 장소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되기를 원한다.

 

쇼룸은 직접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예로 고전적인 소매업 장소로서의 쇼룸뿐만 아니라, 최근에 거론되는 쇼룸들은 마치 박람회장의 기업관 같은 전시 프로그램과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영리 공간보다는 비영리 공간의 개념을 취하는 것이다. 쇼룸을 운영하는 주체 역시 매우 다양하다.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및 도시 같은 공공의 단체부터 개별 기업에 이르기까지 그 형식과 표현만큼이나 다양하다. 예로 일본의 테피아(Tepia)는 기계산업기념사업재단의 쇼룸이고, F/X는 파나소닉 센터(Panasonic Center)로 명칭을 변경하여 파나소닉 쇼룸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파리의 샹젤리제에 즐비한 자동차 쇼룸은 다른 분야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관광객들이 쉽게 경험하도록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는 현대캐피탈이 금융회사로는 최초로 브랜드 쇼룸을 만들었고, 핸드폰 제조업체인 삼성 애니콜은 애니콜 랜드라는 쇼룸을 구축했다. 한편 소비자들에게 제품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쇼룸은 무료 휴식 공간의 기능을 겸하고 있어 접근성도 용이한데, 기업들이 쇼룸에 대한 쉬운 접근을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이용하고 싶게 만드는 친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