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비테의 자녀 교육법
환경이 다를 뿐 누구나 똑같이 태어난다
엘베시우스는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태어난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에 따라 누구는 천재나 영재가 되고 누구는 평범한 사람 심지어 바보가 된다. 하지만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평범한 아이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난 이 말에 크게 동감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하지만 엘베시우스의 의견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의 성장에 환경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개인마다 재능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나의 교육 목표는 아이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 논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내 교육이론의 핵심은 아이의 지능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기교육이 왜 영재를 만들까? 생물학, 생리학, 심리학 등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선천적으로 특수한 능력을 타고난다. 하지만 이 능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속에 숨어 있다. 어떤 아이가 이상적인 환경에서 100정도의 수준을 갖출 수 있을 때 사람들은 그 아이에게 100정도의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잠재력은 영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생각처럼 소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다. 교육의 목표는 아이가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잠재력을 발휘하면 누구나 성공인사가 될 수 있다.
아이의 잠재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든다. 예컨대 아이가 100의 잠재력을 타고났을 때 태어난 즉시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100의 수준인 인물로 자란다. 하지만 다섯 살 때 교육을 시작하면 교육법이 적절해도 80수준의 인물밖에 못 된다. 즉 교육의 시기가 늦어질수록 아이의 잠재력은 점차 줄어든다. 이것이 아동 잠재력의 체감법칙이다. 체감법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동물들의 잠재력에는 고정적인 데드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어느 것은 데드라인이 길고 어느 것은 짧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든 데드라인 안에 잠재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이 잠재력은 영원히 실현되지 않는다. 아이를 가르칠 때 잠재력의 체감법칙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에게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제때 교육해서 잠재력이 더 잘 발휘되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잠재력의 체감법칙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는 조기교육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교육을 받아야 한다. 4세 이전의 아이들은 사물을 반복해서 봐도 싫증내지 않아 정보를 ‘주입’하기에 가장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아기의 대뇌는 백지 상태라서 어른처럼 스스로 좋고 나쁜 것을 분석하거나 판단하지 못하고 외부 정보를 있는 그대로 흡수해버린다. 이 시기에 부모가 정확한 정보를 주입하지 않으면 아이가 정보를 무분별하게 흡수하고, 이것이 그대로 성격과 소질로 나타난다. 이 시기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아이를 건강하게 낳는 것은 기나긴 장정에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더 멀고 복잡할뿐더러 짊어져야 할 책임도 크다. 이유인즉 아이가 태어나는 날부터 부모는 교육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능발달의 최적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아이의 잠재력을 빨리 개발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가 목말라할 때 물을 주고 배고파할 때 젖을 주며 오줌을 쌌을 때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부모가 민첩하게 아이의 요구를 들어줘 아이를 편안하게 하면 된다. 다시 말해서 아이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면 된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부모가 금세 알아차리는 것은 성공적인 자녀교육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이것은 부모와 아이가 하나의 띠로 연결되었다는 뜻으로 훗날의 교육에 감정적인 기초가 된다.
사람의 성장과정에는 지능이 발달하는 최적기가 존재한다. 이 시기에 지능의 발달 정도가 결정되는 만큼 조기에 지능을 발달시키기 위해선 이 시기를 결코 놓쳐선 안 된다. 네 살 이전은 언어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언어는 생각의 도구이자 지식을 학습하는 도구로써 언어를 배우지 않으면 지식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기 위해선 언어를 일찍 가르쳐야 한다. 7세 이전까지 언어를 습득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다. 아기는 보통 생후 6주가 되면 목소리에 반응한다. 따라서 부모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말할 수 있는 기회와 듣기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제공해서 아이의 청력을 발달시켜야 한다. 물론 부모와 아이가 교류를 많이 한다고 해서 당장 아이의 말문이 트이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들은 옹알이를 하며 조금씩 말문을 트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말할 땐 정확한 발음과 편안한 목소리로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데, 말했을 때 아이가 웃거나 허공을 향해 발을 차거나 손을 흔들면 바로 웃으며 칭찬해야 한다. 또한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아이가 “엄마” “아빠”라고 말하면 계속해서 말하도록 환경과 화제를 만들어 말하려는 열정을 유지시켜야 한다.
아들이 ‘F’와 ‘a’음을 낼 때부터 난 반복해서 “Fa-Fa-Fa” “Ma-Ma-Ma”와 같은 발음을 가르치고, 아들이 "Ka-Ka-Ka"라고 하면 나도 "Ka-Ka-Ka"라고 하며 즉각 반응을 보였다. 아들의 발음이 부정확할 때 가 많았지만 난 끝까지 격려를 잊지 않았다. 단 이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아이가 “mo”라고 발음한 것을 부모가 “ma”로 잘못 듣고 칭찬하면 나중에 아이가 혼란스러워 한다. 발음을 가르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은 아기가 잠에서 깨어난 지 한 시간쯤 돼서 기분이 가장 좋을 때다. 아이에게 발음을 가르칠 땐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 예컨대 "a"를 가르치려면 쓸데없이 말을 길게 하지말고 짧게 "a"라고 해야만 아이가 헷갈리지 않고 발음을 따라한다.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휘량을 풍부하게 만들고 뜻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어휘력 훈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하인들이 ‘이것’‘저것’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이야기를 들려줄 때 아들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설명해줬다. 물론 어려운 단어의 경우에는 설명해도 아들이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런데도 꿋꿋이 뜻을 설명한 것은 학습 태도와 방법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는 것을 그냥 지나치는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나는 아이에게 ‘맘마’‘멍멍이’와 같이 불완전한 말이나 사투리를 가르치는 것에 반대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귀엽다고 하는데 과연 아이들이 그런 말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을까? 아이는 처음부터 정확한 단어를 배워야 한다. 아들을 가르칠 때 난 어려움이 따라도 꼭 표준 독일어를 반복해서 가르쳤다. 정확한 언어 사용이 머리를 똑똑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아들이 유아식으로 발음하거나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제법 어렵고 복잡한 말도 술술 사용할 수 있게 점진적으로 지도했다. 이를 위해선 온 가족의 협조가 필요했다. 한쪽은 엄격하게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그냥 봐주면 지도가 제대로 되겠는가?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약속이라도 한 듯 평소 때와 장소에 맞는 표준어를 사용하고 발음을 정학하게 하는 등 평소 모범을 보였다.
아이들은 말하기를 좋아해서인지 배운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 난 이점을 고려해 칼이 좋아하게끔 엄선한 단어로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외우게 했다. 칼은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외우고 틈만 나면 우리 부부에게 들려줬다. 나중에는 이 이야기를 외국어로 번역해서 외우게 했는데 역시나 칼은 빨리 외웠다. 경험상 2~6세 사이는 언어를 학습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므로 부모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올바른 교육방법
칼은 영아기 때 받은 교육 덕에 또래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고 민첩했으며 각 방면에서 두루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칼이 세 살이 되고 어느 정도 기초적인 지능이 형성된 뒤에 난 글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강압적인 방법을 쓰진 않았다.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칠 땐 먼저 흥미부터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 아이가 흥미를 보이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흥미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의 방식을 빌리는 것이다. 이 방법이 훌륭하다는 것은 이미 칼에게 조기교육을 할 때 충분히 증명되었다. 게임을 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으로써 모든 동물은 게임을 좋아한다. 또한 동물은 게임의 방식을 이용해서 다음 세대에게 능력을 전수한다.
난 글자를 가르칠 때도 게임을 이용했다. 먼저 아들의 흥미를 키우기 위해서 작은 계획을 세웠는데, 아동서적과 그림책을 한가득 사와서 실감나게 읽어주고 자주 “글자를 알면 너도 여기에 있는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어”라고 말하며 아이의 관심을 유도했다. 가끔은 일부러 안 읽어주고 “이 그림책 정말 재미있는데 지금은 아빠가 바빠서 못 읽어주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난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글자를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며 아이가 간절히 글자를 배우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글자를 가르쳤다. 그 다음에는 독일어 자모와 로마자와 아라비아 숫자 카드를 사서 벽에 붙이고는 게임하듯이 자음과 모음을 합치면 어떻게 발음되는지 가르쳤다. 예컨대 고양이 그림을 보여준 뒤에 ‘고양이’라는 발음을 가르치고 벽에 붙은 ‘고양이’글자 카드를 가리키며 반복해서 읽어줬다. 또한 ‘고양이’라는 단어를 이루는 자모 카드를 골라서 다시 단어를 만들기도 했다. 나는 ‘게임’을 하는 동안에 아들이 열심히 배우면 칭찬하며 계속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이렇게 하면 아들은 며칠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단어를 외웠다. 우리는 카드로 종종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다. 산책할 땐 보는 것마다 아들에게 어떻게 읽고 쓰는지 물었고, 이 방법은 아들이 글자를 배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칼이 생후 15일 때부터 부모의 교육을 받았다고 하면 사람들은 칼의 유년생활이 매우 무미건조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칼은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성장했다. 나는 칼이 풍부한 어휘를 익힌 뒤에 책 읽는 흥미와 습관을 키워 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사람은 생애 최초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책의 기호가 달라지고 유년기 때 읽은 책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난 칼의 독서능력과 유익한 정도를 고려해서 매우 신중하게 책을 골랐다. 난 칼에게 책 읽는 흥미를 키워주기 위해서 많은 방법을 생각했는데 가장 좋은 것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린아이들은 대개 좋아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지식을 쌓고 책과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난 과장된 표정, 실감나는 목소리, 다양한 손짓을 동원해서 최대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하려고 노력했고, 다행히도 아들은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이야기를 돌연 중단해 칼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궁금하면 직접 책을 찾아서 읽으라고 격려했다.
칼은 독서만큼 음악에도 흥미가 많았다. 모든 아이들이 음악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삶은 얼마나 불행한가? 적어도 음악을 감상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에게 행복하고 다채로운 삶을 선사하려면 조금이라도 음악을 가르쳐 문학에 대한 흥미 외에 음악에 대한 흥미도 키워줘야 한다.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래서 난 어릴 때부터 칼에게 음악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일곱 색깔의 종을 사서 소리를 들려주고 엄마의 노래를 들려줬다. 칼이 ABC를 읽기 시작하자 난 게임을 통해서 음을 구별하도록 가르쳤다. 수수께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난 수수께끼보다 더 재미난 기타를 이용했다. 예를 들어 물건 찾기 게임을 할 때 아들이 내가 물건을 숨겨놓은 곳에 가까이 다가오면 “안 돼”라고 말하는 대신에 기타로 낮은 음을 내고 멀어지면 높은 음을 내는 등 오로지 음높이의 변화를 통해서 물건을 찾게 했다. 이는 칼의 청력을 훈련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사람들 중에는 어린아이들이 노는 것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이들은 서너 살 때부터 탐구심을 가지고 온갖 기괴한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드디어 주변 세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어떤가? 아이들의 물음에 기뻐하기는커녕 귀찮아하며 되는대로 대답하거나 은근슬쩍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아이의 탐구력을 짓밟는 행동으로써 잘못 중에서도 매우 큰 잘못이다. 지능이 발달하는 초기에 부모가 적절한 대답을 제공하지 않으면 아이의 탐구력은 금세 사라져버리고 만다. 부모들이야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 싶지 않겠지만 일부는 자기 손으로 아이의 잠재력을 꺾어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는 아이의 탐구심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풀어주고 권위로 아이의 천성을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 부모는 아이를 규율로 속박해서도 안 되고 권위로 짓눌러서도 안 된다. 권위적인 압력은 아이의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변별력이 떨어지면 독특한 견해를 창조할 수 없거니와 쉽게 병적으로 암시를 받게 돼 장시간 이런 환경에서 생활할 경우 각종 정신적인 결함을 앓게 된다. 따라서 아이의 분별력을 키우기 위해서 교육할 때건 행동지도를 할 때건 반박조차 허락하지 않는 권위로 아이를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성인이 아니라서 누구나 허물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부모들도 종종 아이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을 때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확실한 양 말하거나 민망함을 숨기기 위해서 괜히 아이를 꾸짖는 잘못을 저지른다. 또한 부모가 좀 편하고자 대충 대답하면 아이가 궁금증을 완전히 풀 때까지 계속 질문해서 결국 부모의 화를 돋우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난 아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있어도 결코 권위적으로 굴지 않았다. 사실 칼의 물음에 몰라서 대답하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이럴 때는 “아빠도 잘 모르겠네”라고 솔직히 말하고는 함께 책을 뒤적이고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서 궁금증을 해결했다. 칼이 좀 더 커서 지식이 더 풍부해졌을 때 난 칼의 물음에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 해결책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면 둘이 어느 부분을 다르게 해석했는지 원인을 비교분석하며 함께 문제를 풀었다. 가끔은 칼이 놀라운 의견을 제시해서 이렇게 말할 때도 있었다. “네 생각도 일리가 있구나. 어쩌면 아빠가 틀린 걸 수도 있으니까 책에 뭐라고 나와 있는지 한번 찾아보자.” 칼을 가르칠 때 난 시종일관 칼과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칼이 미신에 빠지지 않고 진리를 추구하는 정신을 갖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아들을 우습게보지 말라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책임감은 어른이나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주 교류하지 않고 아이에게 책임감을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부모의 말을 관철시키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때가 되면 아이들이 악습에 길들여져 뒤늦게 부모가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책임감과 가치관이 없는 아이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망연자실하다가 창조의 원동력을 읽고 결국 가벼운 물질세계에 휩쓸리고 만다. 칼을 교육시킬 때 난 처음부터 끝까지 칼이 자신의 의미와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인식하게 해서 자신의 소속과 가치를 깨닫고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게 했다. 책임감과 자긍심을 느끼는 범위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넓어지는데, 가정에서 미리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사회와 인류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겠는가?
우리 부부는 의식적으로 칼에게 청소나 화초에 물주기와 같은 집안일을 시키고 칼과 평등한 위치에서 교류했으며 칼의 말을 경청하고 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칼의 책임감을 키웠다. 어떤 사람들은 어른의 일을 아이에게 말하면 안 되고 한가하게 말할 시간도 없다며 아이의 심리활동을 무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들이 얼마나 강한 이해력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이들은 늘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요?”라고 물으며 부모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는데, 이럴 경우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또는 “얘기해도 넌 몰라”라고 말하며 아이가 집안일에 관여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아이는 “난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냥 잘못만 저지르지 않으면 편하게 살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 책임감을 잃고 만다.
또한 아이가 잘못했거나 일을 서툴게 했을 때 부모는 말과 행동으로 아이의 실패를 꼬집는 대신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도해야 한다. 이것은 아이가 단지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탓이지 결코 아이가 바보이거나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부모는 아이가 용감하게 잘못을 저지르고 실패한 것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아이는 어른처럼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잘못을 고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과감히 잘못을 저지르고 잘못을 고치는 것은 모두 똑같이 값지다. 아이는 잘못을 하고 잘못을 고치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독립정신을 가진다. 때문에 난 칼이 할 수 있는 일이면 스스로 하고 문제가 생기면 혼자 방법을 생각해서 해결하게 했다. 난 일찍부터 의식적으로 칼이 생활규칙에 익숙해지게 해 스스로 시간을 활용해서 공부하고 취미생활을 하게 했다. 이것은 규율로서 칼을 통제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재능을 발휘하며 자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어떤 교육이 아이를 안 다치게 할까
내 성격은 온화한 편이다. 하지만 칼을 가르칠 때만큼은 매우 엄했다. 마냥 부드럽게 대하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난 엄격하게 구는데도 철학이 있어 결코 칼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하지 않았다. 아이를 강압적으로 대하는 건 비겁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아이를 교육시킬 때 엄격한 것과 강압적인 것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강압적이거나 가혹하게 교육시키면 아이가 상처받는다. 하지만 이치를 설명해서 설득하면 아이가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 난 칼을 존중하고 칼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는 범위 내에서 칼이 이해할 수 있게끔 이치를 설명했다. 난 여러 사람 앞에서 아이의 잘못을 들추는 것에 반대한다. 그래서 난 칼이 잘못하더라도 ‘아빠가 진심으로 날 아끼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사람들 앞에서 면박이나 벌을 주지 않았다. 칼에게 어떤 일을 시킬 때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해서 내가 강압적으로 시키는 게 아니라 원래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은 내게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많이 묻는다. 자녀교육은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어디 한군데 빠지는 분야가 없다. 난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이성을 기만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들 중에는 가끔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아이에게 자신의 틀린 관점과 생각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아이가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기 어렵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종종 난처한 상황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럴 땐 현명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난 칼이 다른 사람에게 경솔한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혼내는 대신 상대방에게 “우리 아이가 시골에서 자라서 그러니 이해해주세요”라고 사과해서 칼이 자신이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러면 잠시 뒤에 칼은 내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냐고 물었고 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가르쳤다. 난 이렇게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이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만에 하나 내가 그 자리에서 칼을 혼냈으면 어떻게 됐을까? 칼은 분명 억울해 했을 것이다.
내 교육방법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칼이 자신감과 학문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 자주 칭찬하고 격려한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느 부모들처럼 나도 칼을 꾸짖을 때가 있다. 난 어릴 때부터 칼이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없이 꾸짖되 올바른 방법으로 꾸짖어서 칼이 진심으로 뉘우치게 했다. 난 칼을 교육시키면서 칼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혼내더라도 먼저 옳고 그름부터 따졌다. 칼은 뭐든지 배우기 좋아했지만 가끔 공부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릴 때가 있었다. 그러면 난 칼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고 꾸짖지 않고 ‘칼이 왜 이럴까, 혹시 어려운 문제가 생겼거나 언짢은 일이 있는 건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적당히 때를 기다렸다가 인내심을 가지고 칼과 대화했다. 부모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아이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거니와 일만 더 복잡해진다.
난 칼을 엄격하게 대했지만 한 번도 어린아이 취급한 적이 없다. 어떤 부모는 엄격하게 교육한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가혹하게 대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해 아이를 무능한 겁쟁이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부모는 엄격한 교육이 좋긴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자존심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난 어떤 상황에서도 의식적으로 아이의 자존심을 지켰다. 칼이 어릴 때 난 일상생활에서건 학업을 지도할 때건 언제나 칼을 어른처럼 대했다. 식사할 때도 세속의 규율대로 칼의 행동을 억압하지 않고 음식 맛이나 그날의 일과 등에 대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우리 가족의 식사시간은 이른바 ‘규율’ 따위와 거리가 멀어 언제나 즐거웠다. 어떤 부모는 식사할 때 아이에게 벌을 주는 것처럼 대화를 일체 금지한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게 하는가 하면 아이의 단점을 쭉 나열하며 사기를 떨어뜨린다.
아이들의 문제는 대부분 논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으므로 부모는 지식으로 무장해서 아이를 비웃기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모든 문제에 대답해야 한다. 비웃으면 아이가 질문하기를 꺼린다. 질문은 아이들이 지식을 학습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부모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남에게 묻거나 스스로 연구해서라도 아이들의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어릴 때 학대를 많이 받은 아이는 수치심을 모르고 잔인해져 심하게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실제로 이렇게 자란 아이 중에서 커서 범죄자가 된 사람이 많아. 난 칼을 학대하기는커녕 희롱도 하지 않고 늘 칼의 모든 면을 진지하게 대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부모는 종종 귀신 이야기로 겁을 주는데, 자주 이런 식으로 겁을 주면 부모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어린아이들이 정신착란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아이를 용감하게 키우려면 부모가 바르게 지도해야 한다. 난 칼에게 신화를 들려줄 때 이야기는 사람이 만든 가짜라고 알려줬다. 또한 주로 영웅 이야기를 해서 칼이 용기와 강인함과 인생의 이치를 배우게 했다. 가정은 아이의 낙원이지 아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이는 사랑과 즐거움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 이상적인 가정 분위기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안겨주지만 부당한 가정교육은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존심마저 앗아간다.
칭찬을 자주 해준다
“넌 정말 똑똑한 아이야.” 이것은 내가 칼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칼은 이 말에 힘을 얻고 어려움과 좌절에서 벗어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의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인데, 난 칼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응원하고 도왔다. 칼이 속상해하거나 자신감을 잃었을 때 난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용감하게 미래에 도전해서 행복을 쟁취하게 했다. 아이에게는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적절한 칭찬은 자신감의 근원으로, 부모는 아이에 대한 자신감을 칭찬으로 표현하며 아이가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한다.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는 인재가 될 확률이 높다. 만약에 내가 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칼이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감은 간단히 말해서 스스로 자신을 믿는 것이다. 어른이건 아이건 자신감을 잃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감에 차면 못해낼 일이 없다. 칼을 교육시키면서 깨달은 가장 훌륭한 교육방법은 아이가 자신감을 갖게 격려하는 것이다. 칼이 자랑스러운 성과를 거둔 것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만한 부모는 아기를 존중하지 않는다. 아기들은 자존심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엄연히 자존심이 있다. 아기들은 부모의 안색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부모가 예뻐하고 칭찬하면 웃으며 귀여움을 떨고, 혼내고 무시하면 화를 내며 제멋대로 군다. 아기들은 불공평한 대우나 체벌을 받으면 독특한 방법으로 대항하는데 주로 울거나 떼를 쓰고 나쁜 짓을 벌여 기분을 표현한다. 난 수시로 칼을 잘 존중했는지 반성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와 방법을 잘 조절하면 아이가 심하게 엇나가는 일은 없다. 난 칼이 잘하면 자신감을 갖고 더 잘하도록 칭찬하고, 보통으로 하면 보완할 점을 말해준 뒤에 잊지 않고 격려해줬다. 또한 실력이 형편없을 때에도 아이가 지구의 종말을 맞은 듯 한 기분이 들지 않게 최대한 잘한 점을 찾아서 칭찬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도왔다. 이때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가 자신감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모두다 다재다능하다. 단지 부모가 잠재력을 개발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재능의 정도와 분야가 달라진다. 부모가 아이의 장점을 잘 발견해서 제때 격려하고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 아이는 빠르게 발전해서 성과를 거둔다. 난 칼을 키우면서 이것을 직접 체험했다. 좋은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의 천성이다. 그래서 사람은 남에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것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더욱더 스스로 발전하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하고 실패할 수 있는데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실패했을 때 “못할 줄 알았어”라는 말 대신에 격려의 말로 아이가 빨리 실패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도와야 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격려의 효과는 커진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청소년기는 반항심리가 강해서 격려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모는 아이의 착한 행동을 제때 칭찬하고 설령 나쁜 행동을 했더라도 질책하지 말아야 한다. 가끔이라도 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딘가. 중요한 것은 부모가 제때 아이의 착한 행동을 긍정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다.
아이가 나쁜 습관에 물들지 않게 한다
부모의 합리적인 교육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을 준다. 어떤 부모는 아이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 뭐든지 아이 뜻을 따르고, 또 어떤 부모는 아이가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 사사건건 간섭하는데 이렇게 하면 아이가 활기와 창의력을 잃게 된다. 또한 두 가지 모두 극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결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 칼을 교육할 때 난 아이의 불량 행동을 효과적으로 제지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대한으로 줄이거나 막자는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난 칼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관찰하다가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불량 행동에 따른 ‘격려’를 자기 식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격려’를 발견하고 취소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좋은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사람을 놀리거나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구는 등 나쁜 습관에 물들어 남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다. 따라서 아이를 효과적으로 교육시키려면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서로 다른 해결 방법을 택해야 한다.
칼은 어릴 때 벽에 낙서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내가 그림도구를 사줘도 이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날 칼이 몰래 낙서하다가 내게 들켰다. “칼, 뭐하니?” 칼은 황급히 크레용을 몸 뒤로 숨기고 온 몸으로 방금 한 낙서를 가렸다. 당시에 난 이렇다 저렇다 길게 말하지 않고 낙서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잠시 칼을 방에 혼자 있게 했다. 내가 칼을 벌주지 않고 혼자 방에 있게 한 것은 칼 스스로 무엇이 옳은지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한때 재미가 들려서 말썽을 부리는 것이지 아이들도 이런 간단한 이치쯤은 이해한다. 아이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 같은 잘못을 반복할 확률이 줄어든다. 이것은 그 자리에서 벌을 주거나 예전에 했던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혼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칼을 방에 혼자 있게 한 것은 벌이라기보다 낙서하느라 흥분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난 칼이 벽을 보고 앉아서 반성하기를 바랐다. 이러한 방법은 여러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잘 놀다가도 서로 토닥거리고 잘 싸우는데 이것은 일시적인 충동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 싸운 아이들을 떼어놓고 잠시 혼자 생각하게 하면 마음의 앙금이 풀려서 금세 화해한다. 가끔씩 아이가 부모의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굴 땐 아이를 지정된 장소로 데려가 반성하게 해야 하는데, 아이를 방에 혼자 있게 할 경우에는 아이가 악을 쓰고 울어도 시간이 될 때까지 결코 문을 열어줘선 안 된다. 이렇게 해서 아이가 반항해도 소용없고 잘못했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알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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