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촛불을 켭니다
호미숙
창틈 사이로 햇살이 비켜 앉으면
쫑알대던 새들도 조는 듯 조용해집니다
오후의 나른함을 한 잔의 커피와
창 너머 풍경에 시선을 고정하면
바람 한 줄기 불어와 그대의 속삭임처럼
귓전에 속살거립니다
언제던가 기다림으로 초조할 때
촛농이 녹아 흘러 받침대에 흥건히 고여
가녀린 불빛마저 사그라질 때
불안함은 사라지고 여유 아닌 여유로
시간의 심지를 깎아내렸습니다
지금, 창가에 서서
막연한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의 초조함과 어긋난 여유가
초록 비늘을 반짝이는 공원의 푸른 숲을
일렁이며 속을 메스껍게 합니다.
갑자기 밝음이 두려워져
엷은 이중 커튼을 내리고
창가를 서성이며
원탁 위에 촛불을 켭니다.
* 2008년 6월 20일 금요일입니다. ^^
문득문득 그날을 확인하면 시간의 흐름이 얼마나 빠른 지 알 수 있습니다.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2008년 6월 20일 하루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_ 윤수천 (0) | 2008.06.24 |
---|---|
그리움 _ 김광수 (0) | 2008.06.23 |
당신, 어디 있을까 _ 김정한 (0) | 2008.06.19 |
사랑이라는 땅 _ 김용택 (0) | 2008.06.18 |
사랑키우기 _ 이해인 (0) | 2008.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