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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사랑을 사랑하여요 _ 한용운

by 홍승환 2008. 6. 11.

 

사랑을 사랑하여요

 

                                        한용운

 

 

당신의 얼굴은 봄 하늘의 고요한 별이어요.
그러나 찢어진 구름 사이로 돋아 오는 반달 같은 얼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어여쁜 얼굴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베갯모에 달을
수놓지 않고 별을 수놓아요.

당신의 마음은 티 없는 숫옥(玉)이어요. 그러나 곱기도 밝기도
굳기도 보석 같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아름다운 마음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반지를 보석으로
아니하고 옥으로 만들어요.

당신의 詩는 봄비에 새로 눈트는 금(金)결 같은 버들이어요.
그러나 기름 같은 검은 바다에 피어 오르는 백합꽃 같은
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좋은 문장(文章)만을 사랑한다면 왜 내가 꽃을 노래하지 않고
버들을 찬미하여요.

온 세상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아니할 때에 당신만이 나를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여요. 나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여요..

 

 

* 6월 10일 민주화항쟁을 기념으로 전국적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었습니다.

  외신들도 이례적으로 크게 다뤄줬다고 하네요. 수많은 촛불의 광경은 엄숙함을 자아냅니다.

  이제 촛불집회 대신 월드컵 때 보았던 신명나는 수많은 인파가 보고 싶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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