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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_ 유안진

by 홍승환 2008. 3. 20.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 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유안진의 ˝그리운 말 한마디˝ 중에서...

 

 

*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입니다. ^^

  이제 두꺼운 외투를 입지 않아도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는 하루 하루입니다.

  봄의 기운을 한껏 흡수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