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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도서요약/마케팅도서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도서요약)

by 홍승환 2008. 1. 29.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

 

 

1장 인간의 역사, 경제학의 원리로 진화되다

 

미인은 왜 콧대가 높을까

경제이론 그거 별것 아니다. 그냥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을 어렵게 보이는 용어로 쓴 것뿐이다. 경제학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이다. 가지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미인은 왜 콧대가 높은가?에 대한 답도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수요(따르는 남자)가 많기 때문인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지만 이를 충족시켜줄 재원은 유한하다. 여기서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획득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경제문제가 생겨난다. 

 

그렇다면 미인의 콧대를 낮출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나의 가치를 미인의 콧대보다 더 높이는 것이다. 그러면 미인은 내 품에 안기게 된다. 나의 가치는 능력이고 능력은 다시 돈과 직결된다. 여자는 자신과 자신이 낳을 아이를 안락한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돈 많은 남자 주변에는 미인이 줄줄 따르게 마련이다. 이번에는 미인 입장에서 보자.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주변에 다른 미인들이 줄줄 나타난다면 자신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이럴 때는 자신을 다른 미인들과 같은 조건에서 비교되지 못하도록 차별화하면 된다. 너희들은 얼굴만 예쁘지? 난 지적 매력까지 갖췄단 말이야! 이런 지적 매력으로 나를 무장하는 것을 포지셔닝이라고 한다. 이처럼 여러분은 미인의 콧대가 왜 높은지 하나만 깨달으면 경제이론을 터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장 속에 흐르는 경제의 실핏줄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은 많지만 이를 획득할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여기서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선택을 하면 비용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선택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만족도를 편익이라 부른다. 선택을 하는 이유는 선택에서 얻는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포기한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이러한 선택은 재화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일류대학을 졸업한 학생에게 연봉 5천만 원의 일자리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자. 이 학생이 취직을 하는 대신 2억 원을 들여 2년 동안 유학을 간다면 유학비용은 2억 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2년 동안 취직을 해서 벌 수 있는 돈 1억 원을 합친 3억 원이 된다. 이것이 기회비용의 개념이다.

 

법대에 다니는 학생이 있다. 그는 연애도 하고 싶고 고시공부도 하고 싶지만 두 가지를 다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부잣집 외동딸과 결혼을 하면 장인 소유의 기업체를 물려받을 수 있지만, 연애 대신 고시공부를 해서 합격했다고 하자. 이렇게 얻은 변호사 자격증은 일생 동안 상당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포기한 비용, 즉 부잣집 딸을 포기한 대가보다 더 클 경우에만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이것이 기회비용이다. 물론 그가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까지 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므로 기회비용이 아주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시공부를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이다.  

 

 

혼인은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교환제도

교환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상생제도다. 교환이 없는 원시시대에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혼자 조달해야 했다. 혼자서 움막을 짓고 사냥을 하고 열매를 채집하고 동물의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역부족일 뿐 아니라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분업의 이점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분업의 이점이란 사냥 잘하는 사람은 사냥만 하고, 농사 잘 짓는 사람은 농사만 해서 자신의 수확물 중 일부를 상대방과 교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말하는 전문화이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교환은 물리적 재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혼인도 일종의 교환이다. 두 부족이 있다. 한 부족은 바닷가에 있어 수산물이 풍부했고, 다른 부족은 평야를 끼고 있어 곡물이 많았다. 두 부족 간에는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상대가 가진 재화를 약탈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재화 일부를 상대방의 것과 바꾸면 싸우지 않고서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거래가 된다. 이 거래를 일회성이 아닌 항구적인 관계로 바꿀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 부족이 나의 누이를 다른 부족의 아내로 주고, 다른 부족의 누이를 나의 아내로 맞이하는 방식으로 혈연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때의 교환은 쌍방이 만족할 수 있는 윈-윈 게임이 된다. 인류가 원시상태를 벗어나면서 가장 먼저 시행한 제도가 근친혼 금지였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도덕이나 우생학적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속한 부족의 딸을 적대적인 이웃 부족과 상생관계를 맺을 수 있는 큰 교환가치로 보았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는 돈을 벌었을까?

경제학자는 입만 열면 돈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다. 가장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은 칼 마르크스였다. 그는 런던의 빈민가에서 찢어질 정도의 가난과 더불어 살았다. 그가 『자본론』을 쓴 데도 다분히 자신을 가난으로 몰아넣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경제학자들이 주식투자를 하면 잘할 것 같지만 주식시장은 그들이 따지는 재무제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식으로 돈을 번 경제학자는 데이비드 리카도와 케인즈 정도이다. 케인즈는 주식시장의 생리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주식시장은 미인대회와 같다.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 뽑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뽑힌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주가가 올라간다.

 

미국 대공황의 전조가 된 주가폭락 사태가 발생했을 때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주가는 절대로 내리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다. 결과는 대대적인 폭락, 그는 전 재산을 날렸다. 또한 자신이 재직하고 있던 예일대학교의 재정도 파탄이 났다. 어빙 피셔는 수학과 경제학을 최초로 접목하고 국민소득론을 발전시킨 위대한 학자였지만, 주가 예측 잘못으로 그의 이름은 명예의 전당에서 가려지고 말았다.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천재 중에서 주식으로 낭패를 본 유명한 사례가 아이작 뉴턴이다. 그는 주식으로 2만 달러를 날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천체의 모든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광기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집단의 욕심은 왜 선이 아닌가?

사람이 집단을 이루면 개인은 집단 속에 묻혀버리고 집단 전체의 평균으로만 저울질된다. 선한 사람이라도 그 선행은 희석되어 다소 악하게 표출된다. 사람의 행동을 제어하는 얼굴, 양심, 체면들이 집단 속에 묻혀버리고, 그래서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으로 변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군중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파업, 혐오시설 유치에 반대하는 님비 현상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비난을 받는다. 개인의 욕심은 용인되는데 집단의 욕심은 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개별 경제주체들의 행위는 양측 모두가 동의하는 선에서 가격을 매개로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나 집단은 일방적 폭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은 얻는 것보다 전체에 끼치는 피해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예를 들면 근로자 1천 명이 임금 100만 원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했는데 그동안 기업에 100억 원의 손실을 끼쳤다면, 이들은 회사 손실 100억 원을 담보로 이익 10억 원을 챙겼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집단의 행동은 대부분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당한 집단의 행동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말이다.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서점 반스앤노블과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비교해 보자. 전자는 미국 전역에 500개가 넘는 대형매장을 가진 서점인 반면, 후자는 매장 하나 없는 인터넷 서점이다. 반스앤노블은 파레토 법칙에 충실하다. 파레토 법칙은 그동안 비즈니스 세계를 지배하던 이론으로 기업매출의 80%는 20%의 핵심 상품(또는 고객)에서 올리는 매출이라는 것이다. 반스앤노블의 매출 구성비가 그런 모습이다. 반면 아마존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객들이 찾는 비주류 도서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는 파레토 법칙 대신 롱테일 법칙이 등장한다. 기존에는 마케팅 핵심이 상위 20%에 해당하는 핵심 상품에 관심을 집중했다면 이제는 별 볼일 없는 80%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 사이버학원으로 출발한 메가스터디는 강남의 잘나가는 스타 강사들의 강의를 학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강할 수 있다는 컨셉트로 출발해 이미 1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고 연 40% 이상의 빠른 성장을 기록 중이다. 일본 후쿠이에 있는 하기라는 초밥집은 물난리가 나서 손님이 끊겨버리자 하루 500엔을 투자하여 사바스시(고등어 초밥) 인터넷 검색어 광고를 띄웠다. 그러자 일본 전역에서 주문이 들어와 5개월 만에 200만 엔의 매출이 올랐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제격이 아닐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 풍선효과

경제학 용어 중 풍선효과라는 게 있다. 바람이 든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풍선 내부 공기가 더욱 팽팽해져서 다른 한 쪽이 불거져 나온다. 풍선 효과는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그로 인해 다른 곳에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쥐가 많던 농촌에서 어느 한 집에 고양이를 키우면 이웃한 집에는 더 많은 쥐가 들끓게 된다. 사회문제도 마찬가지다. 과외를 단속하면 수요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과외는 음성적이 되고 금액도 훨씬 높아진다. 위험수당이 붙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풍선효과도 있다. 우리나라가 불법 카지노를 엄격히 단속하자 도박이 자유로운 마카오로 간 출국자가 60%나 늘었다고 한다.

 

수요를 잠재울 만한 근본 대책이 없으면 풍선효과는 사라지지 않는다. 2006년 강남의 부동산 광풍은 전형적인 풍선효과의 산물이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전국에 걸친 개발을 시작하면서 토지보상으로 풀린 돈이 50조 원 가까이 된다. 이 돈이 투기자본으로 변해서 강남의 아파트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앞으로 경제 변동이 심하고 쏠림 현상이 빈번하면 이러한 풍선효과는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큰돈을 벌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2장 생활 속에서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

 

인센티브는 교육보다 효과적이다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조립 라인을 도입하여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1914년 헨리 포드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생산라인 근로자의 임금을 2배로 올려준 것이다. 임금인상과 관련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비용증가와 상대적인 수익성 악화다. 포드의 행동은 통상적인 경제이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임금을 올리자 생산비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임금을 올려주자 포드차 공장에는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이에 기존의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길까봐 더욱 열심히 일했다. 임금인상을 통해 근로자의 자발적 참여 동기가 높아진 것이다. 이것이 인센티브의 위력이다. 훗날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센티브는 교육보다 효과적이다.

 

옛날 시골에서는 모내기를 할 때 인부를 쓰는 방식이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인부 여러 명을 써서 모를 심는 방식이다. 이때는 하루 세 끼 식사와 새참을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돈내기라 불리는 일괄도급방식이다. 모내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줄 테니 알아서 해달라고 맡기는 방식이다. 식사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전자의 절반 인원으로도 하루 만에 모내기를 끝내곤 했다. 인정하고 싶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인간은 욕망을 가진 동물이고 자신에게 이익이 있을 때 능동적이 된다. 이것이 경제학의 기본원리다.

 

돈을 모두 나누면 모든 국민이 잘살까?

만약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국민 모두가 나누어 가지면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잘살게 될까? 아니다. 아무리 큰 부자의 돈이라도 국민 모두가 나누어 가지면 작은 돈이 되어 소비되고 만다. 한순간은 넉넉한 소비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다음 단계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장이 문을 닫고 국민 모두가 실업자가 된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의 전 재산을 전 세계인에게 나누어 준다면 한 사람 앞에 8,600원 정도 분배된다. 이 액수로는 세계인구가 하루 먹고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 모아져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의 위력이다.

 

돈은 돈이 될 곳만을 찾아서 이동한다. 은행, 증권, 부동산 등 새끼를 가장 많이 칠 수 있는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게 돈이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새끼를 치기 위해 몰려왔던 외국의 금융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일어난 지불불능 사태였다.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해 문호를 개방하라고 외치는 것도 미국의 자본이 들어갈 적절한 환경을 찾기 위함이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맹목적 질주와 폰지 게임

고원지대에 사는 초식동물 중에 가끔 집단자살로 보이는 떼죽음이 발생한다. 초원이 끝나는 지점의 절벽에서 집단으로 뛰어내려 죽는다는 얘기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고원지대 초원에서 뒤따르던 무리들이 좋은 풀을 차지하기 위해 앞으로 내달리다 보니 앞서 가던 무리들이 맹수가 나타난 줄 알고 더 빨리 내달리는 맹목적 질주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무리 전체가 원인 모를 질주를 하다가 전부 절벽으로 떨어져 죽는다는 것이다. 투기열풍이 일어나면 사람들도 이와 비슷해진다. 자신이 왜 달리는지 이유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달리게 된다. 네덜란드에서 불었던 튤립 열풍이나 대공황 직전의 미국의 주식 열풍이 바로 맹목적 질주였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1920년대 미국 플로리다에 폰지라는 이름의 사기꾼이 있었다. 당시는 개발붐이 한창이던 때라 너도 나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청년은 국제적인 쿠폰 사업을 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모았다. 투자한 돈에 대해서는 90일 만에 1.5배의 수익을 약속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아무 사업도 하지 않았다. 초기 투자 자금은 자신의 주머니로, 나중에 들어오는 돈은 앞서 투자한 사람들의 배당금으로 돌려 막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려면 지속적으로 투자자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 투자가 멈칫하는 순간 공중 분해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보물선 사업이나 시중보다 턱없이 높은 이자를 준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던 금융사기 등이 여기 해당한다. 폰지 게임의 특징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폰지 게임인지 아닌지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허나 일단 당하고 나면 내가 왜 그리 멍청했을까? 하고 땅을 치게 된다. 폰지라는 청년, 사기꾼이긴 하지만 경제 용어에 이름을 올릴 정도니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봐야 하나?

 

세상을 움직이는 속설들

사실보다 더 그럴싸한 속설이 있다. 미니스커트와 유혹이론이 대표적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먹고살기에 지친 남성들은 이성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어진다. 그러면 여자들은 남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붉은색 립스틱을 선호하고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서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경기가 좋아지면 남자들의 관심사는 여성에게 쏠리며 여자들의 치마 길이는 다시 길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속설에 대해 경제학자 마브리는 반대의 주장을 내놓았다. 오히려 대공황이나 오일쇼크 등으로 불황이던 시기에 치마길이가 실제로 길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 속설은 경기와는 별 상관이 없다.

 

러브호텔도 주요한 경기지표가 된다. 러브호텔 장사는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영업이익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버는 돈이다. 때문에 경기가 좋은 시절 러브호텔은 은행 대출 0순위였다. 1999년부터 5년 동안 은행에서 러브호텔에 융자해준 돈이 무려 10조 원에 이른다. 반대로 경기가 나쁘면 대출이자도 내지 못하는 곳이 러브호텔이다. 2002년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근래에는 은행마다 사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자금회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러브호텔 연체율은 직접적인 경기의 바로미터다. 지난해 러브호텔 연체율은 소호 대출 연체율 평균보다 1.5배 높은 5% 선이다. 은행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출을 못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 러브호텔에 10조 원을 쏟아 부은 것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쇼핑카트가 커지는 이유

대형 할인점들의 쇼핑카트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물건을 수레에 가득 채우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상술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은 알고 보면 고객과의 치열한 심리전이 전개되는 곳이다. 미국의 대형 할인점은 계산대 쪽으로 향하는 바닥을 높이고 있다. 바닥이 높으면 카트를 끌고 가기가 힘들어지고, 그러면 하나라도 더 팔린다는 것이다. 반면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통로는 내리막길로 되어 있어 빨리 나가도록 유도한다. 치사하지만 고도의 심리전이다.

 

백화점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찾기 어렵게 설계한다.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에스컬레이터도 올라갈 때는 쉽게 타도록 되어 있지만, 내려갈 때는 한 바퀴 빙 돌아야 탈 수 있게끔 해 놓았다. 도는 사이 새로운 유혹을 받게 하려고 눈에 띄는 상품을 진열해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백화점 하층부에 여성용품을 상층부에 남성용품을 두는 것도 심리전이다. 남자는 목적지로 직행하는 반면 여자는 층마다 구경하면서 쇼핑을 하기 때문이다. 입구에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잡화를 진열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야 비싸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나가는 출구에 이런 상품이 있으면 지갑을 한 번 더 열게 할 수 있다. 백화점에 창문과 시계가 없는 것도 오직 쇼핑에만 몰두하게 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독점 상품을 왜 광고할까?

다이아몬드는 지난 100년 동안 영국의 드비어스가 독점적으로 유통시켰다. 지금 드비어스의 시장점유율은 65% 정도로 낮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준독점이다. Diamond lasts forever(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이는 드비어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광고한 문구다. 그런데 굳이 독점시장에서도 광고가 필요할까? 다이아몬드를 찾는 사람은 영원히 끊이지 않을 텐데 말이다.

 

독점시장에서는 가격과 물량을 유리한 조건으로 조절만 하면 된다. 즉 가격이 내리면 물량을 줄이고 가격이 오르면 물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물량을 늘려도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경우다. 비싼 가격에 더 많은 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점시장에서도 광고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광고는 다이아몬드 자체의 수요를 늘리려고 하는 것보다는 다이아몬드의 대체품인 루비나 사파이어 등 다른 보석으로 수요가 옮겨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데 목적이 있다.

 

자동차보다 자동차 등록 허가증이 더 비싼 나라

싱가포르는 깨끗하고 질서가 엄격한 나라다. 이 나라에서는 자동차를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다. 정부의 판단에 따라 해마다 필요한 자동차의 수를 제한한다. 도시 전체 교통량과 대기오염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1년에 1만 대 하는 식으로 제한한다.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입찰을 통해 자동차 등록 허가증을 먼저 구입해야 한다. 입찰 방식이므로 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 가격이 차 값과 맞먹는다. 소나타 같은 자동차는 5천만 원, 벤츠는 2억 원이 넘는다. 등록 허가증의 유효기간은 10년인데, 이 기간이 지나면 다시 구입해야 운전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중고차 가격이다. 중고차는 자동차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남은 등록 유효기간이 얼마냐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주말자동차제도 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주말에만 운행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자동차는 가격이 70% 정도로 저렴하다. 만약 이를 어기면 상당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런 규제들이 개인주의가 만연한 서구의 시각으로 보면 독재라고 불릴 만하지만 공공복리를 우선하는 국가의 정책에 대해 국민들은 별로 불만이 없어 보인다. 국가 전체로 보면 환경은 귀한 자원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공공 마케팅에 신경을 더 써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결국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공간을 파는 장사

비행기 1등석은 좌석 간격이 83인치, 2등석은 50인치인 데 비해, 3등석인 이코노미석은 34인치로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좁다. 그래서 3등석 좌석에 오래 앉아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비행기는 공간을 파는 장사이기 때문에 넓은 좌석에는 요금을 더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넓이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2등석은 3등석보다 1.5배 넓지만 요금은 2배이고, 1등석은 2.4배 넓지만 요금은 4배나 비싸다. 항공사로서는 1등석이나 2등석을 많이 팔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3등석은 턱없이 좁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3등석 손님을 2등석으로, 2등석 손님을 1등석  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3장 마케팅을 알면 새로운 경제학에 눈뜬다

 

나는야 색깔 있는 브랜드

21세기에는 물리적인 상품, 눈에 보이지 않은 무명의 상품, 서비스뿐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브랜드가 필요하다.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나와 남을 구별하기 위해서고 둘째는 나를 좀 더 알리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나의 정체성과 지금도 그러하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주어야 한다. 정체성이란 당신은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초콜릿에 비유하면 나는 어떤 맛인가?라는 문제이다.

 

인류 최초의 브랜드는 대장간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Smith일 것이다. 옛날 스미스라는 이름의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는 뛰어난 장인이었고 그가 만든 도구는 모두가 진가를 인정하는 명품이었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그가 만든 도구와 다른 사람이 만든 도구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이 만든 도구에 자신의 이름(Smith)을 새겨 넣었다. 그러자 일반인들은 도구 선택이 훨씬 용이해졌다. 스미스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그의 이름은 대장장이라는 의미의 일반명사가 되어 사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이런 영어 속담이 있다. 내가 하겠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스미스가 아니다(I will do it, or my name is not Smith!). 무언가를 약속할 때 내 이름을 걸겠다는 의미이다. 브랜드의 영향으로 스미스=믿을 수 있는 품질의 동의어가 된 것이다. 브랜드는 이처럼 확실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명품이 세일을 하지 않는 이유

명품이 세일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 말도 틀리지 않지만 세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최상류 계층인 5%의 단골고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세일을 하면 10%, 20%의 계층도 명품을 갖기 때문에 기존 단골들이 외면하게 된다. 명품은 가질 수 있는 사람의 숫자보다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의 숫자가 훨씬 많아야 대접을 받는다. 이처럼 명품이나 희귀 상품의 가격을 아주 비싸게 책정하는 가격 전략을 프리미엄 전략(Premium Strategy)이라 한다.

 

어느 보석상의 이야기가 있다. 장사가 여의치 않았던 보석상 주인이 휴가를 떠나면서 종업원에게 메모를 남겼다. 이 가게의 보석을 모두 1/2 가격에 팔아치워라! 그러나 주인이 남긴 메모의 숫자를 잘못 읽은 종업원은 보석가격을 2배로 올렸다. 그러자 보석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아닌가. 휴가에서 돌아온 주인은 종업원이 2배 가격으로 올려서 다 판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래 보석은 보석답게 팔아야 하는 거야! 이처럼 사람들이 명품에 매달리는 모습을 베블렌 효과(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으로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라고 한다. 문화이론가 장 보드리아르는 명품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보았다. 부가 새로운 신분의 상징이 되면서 이를 나타내는 방법의 하나가 명품 추구라는 것이다. 명품을 추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심리적인 만족감이다. 남들이 보든 말든 나 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을 즐기려는 것이다. 자기 현시욕과 심리적인 뿌듯함, 그것이 명품을 추구하는 근본 이유다.

 

우연에 가까운 마케팅 통찰력 비선형 전략 모델

지금까지의 기업 전략은 분모분의 분자 전략이었다. 분자인 매출을 키우거나 분모인 비용을 줄이는 방법 2가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으며, 지금까지 없었던 비선형적인 혁신기업만이 미래의 부를 창출할 수 있다. 델컴퓨터가 컴팩보다 6배나 빠른 재고 회전을 하는 이유는 거래 비용 자체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만 모든 것을 처리할 경우 기존의 방법에 비해 1% 정도의 비용밖에 들지 않는다. 이에 비해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은 아무리 쥐어짜도 줄일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다.

 

비선형 전략 모델은 우연에 가까운 통찰력에서 나온다.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의 약혼녀는 광적인 수집가였다. 피에르는 약혼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약혼자가 수집하는 자잘한 물건들을 사고 팔 수 있는 인터넷 공동체 같은 개념을 생각했다. 보통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개념이 확연히 존재하지만 이베이에는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어와 다른 사람이 내놓는 기상천외한 물건을 구경하기도 하고 구입하기도 한다. 이제 이베이는 하루 200만 명이 접속하는 인터넷 황제 기업이 되었다. 우연에 가까워 보이지만 열망과 호기심이 적절하게 결합되어 나타난 통찰력의 결과였다.

 

마케팅의 승리를 결정하는 선택과 집중

젊어서 돈을 번 누리미라는 핀란드 노인이 있었다. 죽을 때 마땅한 상속자가 없었다. 노인은 자신의 집과 주식 760주를 고향 푸키리아 마을에 기증했다. 주식은 팔지 말고 배당금으로 마을을 위해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1962년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후 노인이 남긴 주식 760주는 증자에 증자를 받아 22만 8천 주로 늘어났으며, 주당 가격은 당시 19달러에서 5,700달러로 올라갔다. 마을에 돈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바로 핀란드의 세계적인 기업 노키아의 주식이었다.

 

원래 노키아는 고무, 제지, 케이블 등 30여 개 아이템을 취급하는 잡화상이었다. 그나마 생산품 대부분을 소련에 공급했다. 소련이 무너지자 노키아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1990년대 그룹은 부도위기에 빠진다. 이때 등장한 경영자가 41세의 요르마 올리라 사장이었다. 6개월 동안의 고민 끝에 내린 그의 결론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는 제지, 고무, 케이블 TV, 가전 등의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미래 성장 산업인 휴대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리고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은 1998년을 기점으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정상에 진입한다. 성공비결은 시장의 흐름도 잘 읽었지만 휴대전화라는 상품의 핵심을 바로 꿰뚫어 본 데 있었다. 노키아는 처음부터 휴대전화의 생명은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임을 깨닫고, 여기에 모든 핵심역량을 집중하였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주어진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이를 여러 분야로 분산해서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1, 2위를 할 수 있는 확실한 분야로 한정된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 

 

성공의 법칙은 늘 배반한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성공을 즐겁게 회상한다. 그래서 같은 방법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의 화려했던 성공에 대한 기억은 새로운 변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하버드 대학의 수재들은 여전히 고교시절의 공부 방법에 그대로 매달려 있어서 대학에 오면 상당히 당황한다고 한다. 사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공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고등학교 공부가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과 씨름하면서 단순 지식을 얻는다면 대학교의 공부는 세상과 사물을 보는 관점을 기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을 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늘 새로운 방법,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공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IBM은 1980년대 중반 포춘이 선정한 가장 위대한 기업 4번 연속 오를 정도로 잘나갔다. 당시 IBM은 전략이 필요 없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신화에 집착하다가 1990년대 들어 후지쯔, 컴팩에게 하드웨어 시장을 잠식당하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PC 부문을 잠식당하면서 기업의 존망을 위협받을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다가 루 거스너를 회장으로 영입하여 40만 명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드웨어를 파는 기업이 아닌 시스템 구축과 컨설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기업으로 변신하여 다시 한 번 화려한 재기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4장 경제학을 모르면 미래가 없다

 

미래는 옆으로 나란히 시대

자연계의 생존법칙에는 2가지 관계가 있다. 사자와 토끼처럼 먹고 먹히는 관계를 수직적 관계라고 한다면, 꽃과 벌처럼 서로 돕는 관계를 수평적 관계라고 부른다. 수직적 관계는 불평등의 관계이다. 반면 수평적인 관계는 절대 평등의 관계다.

 

TV 시대를 거쳐 이제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었다. TV와 인터넷의 결정적인 차이는 수직이냐 수평이냐 하는 차이다. TV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자이지만 인터넷은 쌍방 커뮤니케이션이다. 말하자면 TV는 전교생이 줄을 서서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듣는 방식이지만 인터넷은 옆자리 동료와 낮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인터넷의 핵심은 앞으로 나란히가 아니라 옆으로 나란히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옆 사람과 공유할수록 시너지 효과가 배가되는 정보의 특성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수직적인 관계 즉 특정부서의 상사와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기껏 효율성의 추구일 뿐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마케팅, 연구, 개발, 생산 부서의 실무자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면 진정한 시너지 효과가 나게 된다. 21세기에는 연단에 올라가 열변을 토하는 사람보다 옆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 가장 무섭게 될 것이다.

 

미래의 가게

예술의 전당 건너편에 눈에 띄는 가게가 하나 있다. 그 가게에서는 수영복이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이 팔린다. 사실 이 가게는 수영복 전문점이 아니라 신혼여행용품 전문점이다. 여름보다 늦은 가을, 겨울, 이른 봄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대부분 바다가 있는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떠나니 수영복은 필수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 가게가 취급하는 상품은 100가지 이상에 달한다. 가게에 들어서면 우선 편안한 소파에 앉으라고 권한다. 소파에 앉으면 차와 쇼핑 리스트가 담긴 카탈로그를 준다. 차를 마시면서 쇼핑 리스트에 체크만 하면 쇼핑 끝이다. 가격도 시중보다 저렴하다. 가격이 비싼 캠코더나 가방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해 준다. 이런 가게들을 테마숍이라고 한다.

 

가게 형태는 일반적인 가게에서 전문점, 테마숍을 거쳐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게에서 전문점으로, 테마숍으로,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갈수록 상권이 넓어진다. 일반적인 가게는 주변의 고정인구와 일부 유동인구가 고객이지만, 전문점은 도시 한 블록이나 소도시 하나 정도 커버할 정도가 된다. 테마숍으로 성공하면 거의 전국을 하나의 상권으로 묶을 수 있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숍이 되면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세계인 모두가 고객이 될 수 있다. 장사 중에서 유형의 물리적인 상품을 파는 사람이 가장 하수이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파는 사람이 가장 고수이다.

 

 

승자독식과 평준화

자유주의를 최대한 인정하면 승자독식이 된다.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다는 말이다. 특히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승자독식의 전형이다. 100명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9,900개(100X99)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지만 50명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2,450개(50X49)의 커뮤니케이션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2배의 차이가 아니라 4배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기득권자가 점점 더 유리해지는 게임이다.

 

한편 평등에는 2가지 개념이 있다. 하나는 진정으로 모두가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보자는 개념이다. 이것은 머릿속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나보다 잘난 놈은 꼴 보기 싫으니까 잘난 놈 발목을 묶자는 개념이다. 평준화라는 마약은 나보다 잘난 사람 꼴을 보기 싫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 10개의 고등학교가 있다고 하자. 그중 2개는 명문이고 나머지 8개는 평범한 학교이다. 여기서 학부모 투표를 통해 평준화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2개의 명문고에 진학할 수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반대하겠지만 그 숫자는 20%에 불과하다. 반면 명문고에 진학할 수 없는 자녀를 둔 80%의 학부모는 평준화에 찬성한다. 추첨으로 명문고에 자신의 자녀가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준화에 찬성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평준화가 되면 사회는 정체될 것이다. 잘난 사람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고 못난 사람은 어차피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평준화는 하향으로 평준화되는 법이다.

 

유태인의 금전철학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많은 민족은 유태인이다. 석유재벌 록펠러,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금융계의 황제 조지 소르소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많은 사람이 유태인이다.  또한 미국 명문대 교수의 60%가 유태인이며 미국 금융가 월스트리트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도 유태인이다. 유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살아온 역사적 배경과 돈에 대한 철학을 알아야 한다. 2천 년 동안 나라 없이 세상을 떠돌면서 살아야 했던 그들이 믿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돈뿐이었다.

 

유태인의 금전 철학에는 남다른 점이 있다. 유태인들은 자녀에게 돈이란 인간을 축복해주는 고마운 것이라고 가르친다. 또한 부유함은 견고한 요새이고 빈곤은 폐허와 같다고 교육한다. 그들은 대부분 무일푼 철학에서 출발한다. 무일푼에서 지혜를 짜내 목돈을 만들고 여기에 부가가치를 더해 각 분야로 나아가 성공을 거두는 식이다. 무일푼 철학이 왜 위대한가? 큰돈 없이 돈을 벌려면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유태인들은 지금도 남이 해서 성공한 분야는 쳐다보지 않는다. 아무도 하지 않거나 남이 실패한 분야를 찾아 적은 돈으로 승부를 걸면서 성공을 만든다. 승자의 주머니에는 꿈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에는 욕심이 있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21세기는 대량 맞춤 시대

시장은 유기체와 같아서 늘 변한다. 그 변화의 속도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항시 흐르는 물과 같이 변한다. 이 전략적 변신의 선두주자로 대량 맞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도서나 음반을 구매해 보면 각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A도서를 주문하면 관련된 도서 정보를 보내준다. 정보에는 책의 내용, 서평, 같은 도서를 구입한 사람들의 설명, 그 사람들이 구입한 다른 도서 등이 담겨 있다. 클릭 한 번으로 독서 전문가에게 직접 상담을 받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처럼 인터넷 시대의 특징은 대량맞춤이다. 이는 대량생산과 맞춤화가 결합된 용어로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되, 상품과 서비스를 대량생산을 통해 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창출하는 새로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