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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이제는 섭섭한 것도 아름다워라 _ 김여정

by 홍승환 2007. 10. 30.

 

이제는 섭섭한 것도 아름다워라

                                                           김여정


강물도 아직 먼길 더듬는
이른 새벽
불편한 꿈길 위에서
너희들
멀리 안개꽃 속에 아슴 아슴
작은 등을 보이는
섭섭함도 이제는
눈물 그렁그렁 가슴 미어지도록 아름다워라

양수리 강가
때지난 갈대들
저녁노을 소슬한 바람에
성긴 머릿발 날리며 몸 흔들고 있는
섭섭함도 이제는
가슴 아릿아릿 정신이 아득하도록 아름다워라

강건너 산마루 위
짙은 어둠 속
水鐘寺 한 점 불빛
은밀한 사랑의 신호인가 

남몰래 갈대에 불붙이고 있는
어두운 바람의 손 엿보는
섭섭함도 이제는
핏줄 저릿저릿 눈앞이 어지럽도록 아름다워라

 

 

* 아침 저녁으로는 초겨울의 매콤한 추위가 느껴지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