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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알수없어요 _ 한용운

by 홍승환 2007. 6. 1.

 

알수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2007년 6월의 첫날입니다.

  다시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우산 챙기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