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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다시 피는 꽃 _ 도종환

by 홍승환 2014. 8. 7.


 


다시 피는 꽃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야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야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야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야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 2014년 8월 7일 목요일입니다.


  오늘은 절기상 말복이자 입추입니다.


  막바지 더위와 가을의 출발이 동시에 진행되겠네요.


  냉방병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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