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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_ 류시화

by 홍승환 2013. 11. 11.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류시화

 

 

세상의 정원으로 나는 걸어들어갔다
정원 한가운데 둥근
화원이 있고 그 중심에는
꽃 하나가 피어 있었다

그 꽃은 마치 빛과 같아서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셨다
나는 둘레에 핀 꽃들을 지나
중심에 있는
그 꽃을 향해 나아갔다

한낮이었다, 그 길이 무척 멀게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야만 했다
누구의 화원인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 그것은
나를 향해 저의 세계를
열어 보이는 듯했다

밝음의 한가운데로 나는 걸어갔다
그리고 빛에 눈부셔 하며
신비의 꽃을 꺾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갑자기
화원 전체가 빛을 잃고
페허로 변하는 것을

둘레의 꽃들은 생기를 잃은 채 쓰러지고
내 손에 들려진 신비의 꽃은
아주 평범한
시든 꽃에 지나지 않았다

 

 

*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입니다.

  가장 어려운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가장 가치 있는 진보는 어제보다 나아지는 것입니다.

  No.1이 많은 11월 11일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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