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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비로 만든 집 _ 류시화

by 홍승환 2013. 5. 10.

 

비로 만든 집

 

                                       류시화

 

 

비로 만든 집에서
나는 살았네
안개로 만든 집
구월의 오솔길로 만든 집
구름비나무로 만든 집

비로 만든 집에는 언제나
비가 내리지
비를 내리는 나무
비를 내리는 길
비를 내리는 염소들

세상이 슬픔으로 다가올 때마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비를 맞았네
비의 새가 세상의 지붕 위를 날고
비를 내리는 오솔길이
비의 나무를 감추고 있는 곳

비로 만든 집에서
나는 살았네

비의 새가 저의 부리로
비를 물어 나르는 곳
세상 어디로도 갈 곳이 없을 때 나는
그곳으로 가서 비를 맞았네

비로 만든 집에는
언제나 비가 내리지
비를 내리는 길
비를 내리는 염소들

 

 

* 2013년 5월 10일 금요일입니다.

  반짝 무더위를 식혀주는 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차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로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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