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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사랑에 대한 단상 _ 이해인

by 홍승환 2013. 4. 17.

 

사랑에 대한 단상

 

                                   이해인

 

 

1
나의 사랑에선
늘 송진 향기가 난다

끈적거리지만
싫지 않은
아주 틀별한 맛

나는 평생
이 향기를 마시기로 한다
아니 열심히 씹어보기로 한다

2
흔들리긴 해도
쓰러지진 않는
나무와 같이
태풍을 잘 견디어낸
한 그루 나무와 같이

오늘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
슬프도록 깊은 사랑이여
고맙고 고마워라

아직도 내 안에서
휘파람을 불며
크고 있는 사랑이여

3
내 마음 안에
이렇듯 깊은 우물 하나
숨어 있는 줄을 몰랐다

네가 나에게
사랑의 말 한마디씩
건네줄 때마다
별이 되어 찰랑이는 물살

어디까지 깊어질지
감당 못하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도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낯선 듯 낯익은
나의 우물이여

 

 

* 2013년 4월 17일 수요일입니다.

  서울에도 이제 봄꽃들이 제법 피어나고 있습니다.

  점점 짧아지는 봄을 잠깐이라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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