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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헌 책방 _ 장윤우

by 홍승환 2012. 12. 27.

 

헌 책방

 

                                    장윤우



그래, 맞구나
어릴 적에 그리도 소원이었던 게
이다음 내가 어른이 되면
책방 주인이 되는 거였어.

소학교에서 돌아오는 한낮의 거리
두 평은 됨직한 긴 책방은
서대문 전찻길 옆에 기댄 채
늘 졸리운 듯 고즈넉했고
돋보기 안경 말고는
주인 모습조차 기억에 없지만
이 책 저 책 들치며
그 속에 주인공 되어 매일 즐겁던
그때, 그냥 책 속에 묻혀
얼른 크고만 싶었어.

그리도 즐겁던 날들은
어데로 사라지고
세월은 빈 껍데기만 내게 남겨 놓아
비좁은 방안에 키가 넘게 쌓아 올린
책은 읽을 엄두도 못 내니
끝내 묶은 다발로 내버리듯 비워내는
그런 허무(虛無)의 날들이여
이젠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그날의 헌 책방
오늘은 안개꽃으로 둔갑되어
그 앞에 가슴을 앓고 있구나.

 

 

* 2012년 12월 27일 목요일입니다.

  여렸을 적 저도 나이가 지긋이 들었을 때 헌 책방을 하면 좋겠다란 생각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헌책방들이 많이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프랜차이즈로 재등장했더군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 한 권 꺼내 읽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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