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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내 속의 가을 _ 최영미

by 홍승환 2012. 9. 7.

 

내 속의 가을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옆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을

 

 

* 2012년 9월 7일 금요일입니다.

  절기상 첫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입니다.

  한 주의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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