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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_ 도종환

by 홍승환 2012. 6. 28.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2012년 6월 28일 목요일입니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들에 의해 그 사람의 태도와 인성이 형성되게 마련입니다.

  자신을 바꾸려면 자신에게 익숙치 않은 환경과 경험을 축적해야 합니다.

  좋지 않은 것들을 바꾸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