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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마음세탁소 _ 김종제

by 홍승환 2012. 3. 13.

 

마음세탁소

 

                                       김종제

 

 

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주면
구겨지거나 헤진 곳을
하루만에 깨끗이 처리해 준다고
방금 산 새옷처럼
흠 하나 없이 만들어서
삯도 받지 않고
당신에게 건네준다는 세탁소다
간판도 떨어져나가고
바람 조금 불어도 덜컹거리는
문짝의 세탁소 안에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슴에 고랑을 판 사람들
세월에 홧병든 사람들의
한을 다리고 설움을 깁고 있다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잠깐 놀러 왔다가
그냥 눌러 앉고 말았다는
무학을 닮은 노인네가
세탁소 열어놓은 것이
몇 백 년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옷걸이에 수북하게 걸려있는
생들을 오늘도 수선하고 있다

 

 

* 2012년 3월 13일 화요일입니다.

  막바지 꽃샘추위인 듯 합니다.

  마음만은 벌써 봄에 와 있지만 찬바람이 만만치 않네요.

  겨우내 움츠렸던 얼룩진 마음을 세탁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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