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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구름 _ 이성선

by 홍승환 2011. 2. 17.

구름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 2011년 2월 17일 목요일 신묘년 정월대보름입니다.

  오곡밥과 부럼으로 한 해의 건강과 액땜을 하는 날이죠.

  저녁 둥근 대보름달을 보면서 예쁜 소원 하나씩 빌어보세요.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