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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조간신문이 커피에 빠진 날 _ 김철현

by 홍승환 2010. 11. 18.

 

조간신문이 커피에 빠진 날

 

                                                김철현


아침이면 습관처럼
세상을 펼쳐 들고
쓰디쓴 마음을 마신다.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세상
또 누군가가 죽어 나가고
한 맺힌 칼끝이 세상을 겨눴다.

이긴 자의 승리의 노래가 있고
마침내 패한 자의 슬픈 탄식은
위조된 이력에 이내 스쳐지나갈 뿐
이미 그리 살아 온 더 많은 날들을
어쩌면 적게 살아 갈 날들 앞에
어찌하란 말이냐.

고개 쳐든 자의 당당함 앞에
왠지 모르게 움츠려드는 어깨를
펴보려고 하지만 스스로 죄인 된 양
쪼그라드는 양심이 먼저 달아나고
독버섯처럼 양산한 부끄러움을 뒤집어쓴 채
독한 커피로 면죄부를 얻으려한다.

오늘도 숱한 군상들의 군내
제 잘난 이야기는 잘 녹아버리는
뜨거운 커피에 타서 쓴 약처럼 마시고
자기를 버려 남을 살리는 이들의
정작 구석진 이야기는 애써
식지 말라고 가슴으로 마셔둔다.

아침마다
커피에 빠지는 조간신문
그 깨알같은 세상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커멓게 우려낸
잉크 물을 마신 듯하여
정화수로 입가심을 해야만 한다니

 

 

* 2010년 11월 18일 목요일입니다.

  대학입학 수능시험일입니다.

  집 앞의 학교 앞에 선후배들이 모여 수험생을 응원하는 모습이 정겹네요.

  모든 수험생들이 실력발휘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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