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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봄날의 일기예보 _ 이인자

by 홍승환 2010. 4. 28.

 

봄날의 일기예보

 

                                           이인자

 

 

내일의 일기예보에서 봄비가 내린다

 

매일 일기예보를 듣는다는 것은

늙어가고 있다는 것

속수무책 비를 맞으면 몸이 먼저 아프거나

대륙의 모래가 반도를 덮는 날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 할 수 없다는 것

알고 있다. 봄비가 온다고 해도

반드시 온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올 것이라 반쯤 믿는 것은

틀리거나 맞거나

일단 한번 태어나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어긋난 일기(日記)와 닮았기 때문이다

 

동해 먼바다 물결은

2.0m~4.0m의 물결로 높다 점차 낮아진다

고깃배 몇 척을 흔드는 풍랑

매몰차게 걷어차이는 섬바위

동해 먼바다는 몇 해리쯤일까

대륙의 고기압은 언제쯤 동해 먼바다에 닿아

물결을 낮아지게 할 것인가

고기압을 만난다고 다 봄날이 아닌 것처럼

착한 남자를 만난다고 착한 삶을 사는 건 아니지

모든 것이 예정인 일기예보처럼

반쯤 맞고 반쯤 틀려도 살아야 하는 나는,

지금 고기압 가장자리를 통과하고 있다

봄날의 일기예보를 듣고 있다

 

 

 

* 2010년 4월 28일 수요일입니다.

  오늘은 예전에 함께 근무하던 이인자 시인의 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

  지금은 유웨이중앙교육 홍보팀에 근무하고 있은데 오랜만에 시작활동을 했다고 하네요.

  봄날답지 않은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