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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신이 내게 묻는다면 _ 천양희

by 홍승환 2010. 2. 9.

 

신이 내게 묻는다면

 

                                           천양희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풀이 돋는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저 미물보다
더 무엇이라고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풀은 자라
푸른 숲을 이루고
조용히 그늘을 만들 때
말만 많은 우리
뼈대도 없이 볼품도 없이
키만 커간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 2010년 2월 9일 비오는 화요일 아침입니다.

  비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해주는 마법이 있죠.

  오늘하루 복잡했던 주변을 정리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