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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떠도는 자유에게 _ 고정희

by 홍승환 2010. 1. 14.

 

떠도는 자유에게

                                            고정희


한시에는 신새벽 건너오는 바람이더니
세시에는 적막을 뒤흔드는 대숲이더니
다섯시에는 만년설봉 타오르는 햇님이더니
일곱시에는 강물 위에 어리는 들판이더니
아홉시에는 길따라 손잡는 마을이더니
열한시에는 첫눈 내린 날의 석탄불이더니
열세시에는 더운 눈물 따라붓는 술잔이더니
열다섯시에는 기다림 끌고가는 썰물이더니
열일곱시에는 깃발 끝에 걸리는 노을이더니
열아홉시에는 어둠 속에 떠오르는 둥근 달빛이더니
스물한시에는 불바다로 달려오는 만경창파이더니
스물세시에는 빛으로 누빈 솜옷이더니
스물다섯시에는 따뜻하고 따뜻하고 따뜻한 먼 나라에서
아름다운 사람 하나 잠들고 있다.


* 인생의 시계에서 당신은 몇시인가요?
  언젠가는 멈춰질 시계이기 때문에 일분일초를 소중하게 사용해야겠죠.

  세계에서 가장 빈국중의 하나인 아이티에서 강진으로 5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갑자기 멈춰버린 5만명의 시계가 안타깝네요.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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