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짧고 서비스는 길다
쿠니토모 류이치 지음
1장 고객의 욕구를 기점으로 회사 전체가 서비스에 집중한다
회사이름이 이미 브랜드화된 기업 뒤에는 수많은 팬들이 존재한다. 이세탄 백화점도 그러한 기업 중 하나다. 이세탄 백화점에 가면 백화점 전체가 고객의 입장에 서서 서비스 향상에 온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는 모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이세탄 백화점은 고객에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자신들의 인생 그 자체를 희생하며, 더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탄 백화점은 모든 가치 기준을 고객의 욕구에 맞추며 고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케팅 리서치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리서치는 대기업의 광고 대행사에 맡긴다. 그러나 이세탄 백화점은 직접 리서치에 나선다. 상권 내에 거주하는 고객과 연락을 취하고, 고객의 집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즉, 상품에 대한 고객의 생각과 감성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리서치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 분석하여 고객의 욕구를 파악한다. 고객과의 대화만으로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고객의 집을 방문하여 고객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고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을 감동시키고, 고마움을 느끼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이세탄 백화점은 오카이바에서 나눈 고객과의 사소한 대화를 통해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품을 판매한 이후부터 고객과의 진정한 관계가 시작된다는 방침 아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고객의 사소한 행동 등을 통해 얻은 고객 욕구와 힌트를 이세탄 백화점은 ‘원트 슬립(want slip)’이라는 메모장에 기입하고, MD와 고객응대에 활용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온리 아이’의 일환으로 여성속옷 전문 브랜드 ‘트라이엄프 인터내셔널’과 함께 중앙에 작은 리본이 부착된 심플한 디자인의 브래지어를 발매하여 대박을 터트린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이세탄 백화점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여러 도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는 마치 칼 없이 무채를 써는 것과 같다. 도구를 사용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 향상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고객 제1주의’, ‘고객만족 100% 추구’, ‘고객 최우선’ 등등 업계에선 여러 슬로건들이 난무한다. 같은 기업 내에서조차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골라 혼용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세탄 백화점은 슬로건을 ‘고객기점(顧客起点)’이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하고 있다. 즉, 기존 고객의 욕구를 중심으로 이를 기점으로 삼고, 판매와 MD(머천다이징, 상품계획, 상품정책), 인재교육과 재무전략 등을 입안, 실행하고 있다. ‘기점’이라는 말은 매우 명쾌하고 알기 쉬운 말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입안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그 핵심을 명확하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세탄 백화점이 추구하는 서비스는 고객응대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다. 회사 전체가 ‘고객기점’에 서서 고객에게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성 들여 고객을 대하면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장과 조직 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
‘오카이바’라는 일본어는 ‘고객의 입장에 선다’는 고객기점의 자세를 가장 잘 표현하는 용어이다. ‘오카이바’는 흔히 말하는 ‘매장’을 다르게 표현한 용어이다. 백화점에서 주인공은 고객이다. 고객이 상품을 고르고, 쇼핑을 하고, 물건을 사는 곳이 바로 백화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의 산물이 바로 판매이다. 따라서 이세탄 백화점은 매장을 오카이바라는 용어로 통일시키고 고객이 주인공이 되어 쇼핑을 즐기는 곳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얼마나 팔렸나’라는 대화만 오가는 플로어에는 내일이 없다. ‘고객과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나’, ‘어떠한 고객이 찾아오는지’,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쇼핑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앞으로 어떤 상품을 판매할 것인가를 분석할 때 밝은 내일이 찾아온다.
이세탄 백화점은 구매 대리업이다. 즉, 제조회사나 도매업자의 판매대리업이 아니라 고객의 구매 대리업인 것이다. 따라서 물품 판매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유통업계에선 도매업자에게 잘 팔리는 물건만 가져오라고 지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치를 중시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 본다. 그러나 보고 싶지 않은 현실에 서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팔리는 상품을 가져와라’는 행동이 구매 대리업 담당자로서의 책임을 내던져버리는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이세탄 백화점은 고객이 갖고 싶은 상품을, 갖고 싶을 때, 적당한 가격에, 갖고 싶은 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고객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개발하여 크게 히트한 형상기억 손수건도 1993년 시행된 ‘Only I’ 개혁에 따라 개발된 상품이었다.
고객의 욕구를 기점으로 높은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패션은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의식주 모든 면에 걸쳐 패션성을 추구하고 있다. 편의점과 백화점, 전문점, 전철역 등에서 만들어 파는 도시락만 해도 색의 조화가 다채롭다. 요즘 고객들은 이러한 센스를 지향한다. 디자인, 센스, 감성, 품질, 질감, 모양, 소재가 하나의 패션성으로 결집되지 않으면 고객은 관심도 갖지 않는다. 새롭지 않으면 패션이라 부를 수 없다. 새로움만으로는 패션에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새로움 가운데 전통적인 요소를 살림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매력을 끌어낼 수 있다.
2장 상황에 맞는 세심한 배려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객서비스는 의무적으로 정중하게 행동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서비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따뜻한 마음씨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마음만으로는 서비스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고객 서비스 기술을 통해 세심한 배려를 확실히 익혀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직원은 영역의식을 버려야 한다. 영역의식을 보다 고도로, 보다 넓은 세계로 해방시켜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자기’, ‘조직으로서의 자기’를 실현시키는 상품과 점포구성, 고객응대 서비스를 향상시켜 고객에게 칭찬받아야 한다. 의무감은 우리들 마음에서 따스함을 빼앗아간다. 그러나 책임감은 보다 따뜻한 인간이 될 수 있게 하는 에너지를 낳는다.
고객이 들어왔는지 나갔는지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고객 서비스는 빵점짜리 서비스이다. 또한 고객을 보자마자 인사한 후 곧바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행동은 고객이 직원을 거추장스럽게 느낄 수 있으니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고객을 보고서도 못 본 척 무시한다면 고객은 ‘자신을 업신여겼다’는 기분이 들고 말 것이다. 고객을 보고 가볍게 눈빛으로 인사한다. 그런대로 좋은 서비스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고객을 미소로 반기며 ‘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하는 행동이 가장 좋다. 다른 일을 하면서 고객의 존재를 마음에 담아두고 고객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행동을 보이면 부담스럽지 않게 고객을 배려하며 다가가야 한다. 고객은 자신의 영역을 스스로 개방하기 전까지 직원에게 침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가격만 묻고 사지 않는 고객도 미래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자세로 대해야 한다. 고객을 물건 살 고객, 안 살 고객으로 나누는 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고객은 멋진 상품을 샀다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쇼핑 그 자체를 즐기고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환영받고 대우받는다는 사실을 직접 느끼고 확인하고 싶어한다. ‘고객응대서비스’는 고객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의 움직임과 표정, 고객의 말과 속마음, 고객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다시 말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욕구까지 파악하여 그 욕구를 형태 있는 상품으로 코디네이션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을 통해 새로운 자신과 만나며 지금까지 숨어있던 자신의 매력을 이끌어낸다.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탄생한 것이다.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가 고객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욕구, 바람, 인간성을 파헤쳐 본다. 고객에게 매력적이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고객이 마음에 들어 한다고 무조건 그 상품을 추천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고객의 개성과 매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세탄 백화점에서는 각 사이즈의 오카이바에서 그 사이즈에 맞는 직원을 배치하고 있다. 몸집이 작은 사람이나 키가 작은 사람, 몸집이 큰 사람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쇼핑할 때 고객이 불편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팔려는 의식이 강하면 고객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오카이바의 주역은 어디까지나 고객이다. 직원은 투명인간이 되어야 한다. 고객이 기분 좋게 쇼핑하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마치 자신의 가족을 대하듯 자상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자. 신속함이란 민첩하고 재빠르게 움직이며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친절, 신속, 정확함은 2명 이상의 고객을 응대할 때 더욱 중요하다. 다음은 1967년 작성된 ‘판매력 강화 지도요강’에 실린 내용으로 이세탄 백화점에서는 여덟 항목에 따라 직원을 교육하고 있다.
① 작업 하나하나 재빠르게 처리한다. ② 어떤 고객에게라도 상품을 보여준다. ③ 고객에게 보여주는 상품의 수를 추린다. ④ 상품 설명은 간결하게 한다. ⑤ 한 사람의 고객을 대할 때에도 다른 고객을 잊어서는 안 된다. ⑥ 정해진 순서에 따른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고객에게는 양해를 구한 후 카운터로 이동한다. ⑦ 2명 이상의 고객이 동시에 상품을 결정하고 계산을 부탁하였을 때는 상품이 서로 뒤바뀌지 않도록 주의한다. 상품 포장 시 테이프를 다르게 붙여 상품이 헷갈리지 않도록 표시한다. ⑧ 각 고객의 특징을 잘 파악하여 상품을 건넬 때 주의한다. 신속한 대응의 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머리와 도구를 이용하자.
고객의 욕구는 점점 변화한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는 상품의 가치, 상품 종류, 가격, 고객 응대, QR(Quick Response), 환경 이렇게 6가지가 있다. 고객이 원하는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6가지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높아야지만 고객들이 만족한다. 오카이바에서는 항상 고객을 의식해야 한다. 매장은 오카이바이며 이 공간은 어디까지나 고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세탄 백화점이 고객의 입장에 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욕구와 바람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숨어 있는 욕구를 끌어낸다. 셋째, 애매모호한 욕구를 형태로 만든다. 즉, 고객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답답함을 느낀다. 이런 답답한 기분을 직원은 상품을 제시하여 말끔히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앞의 3가지 중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고객에게 정중하게 설명만 해선 안 된다. ‘어떻게 하면 고객의 개성과 매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감성과 인간성을 닦아야 한다. 그러면 고객의 개성과 매력이 눈에 보이게 될 것이다.
3장 수준 높은 서비스는 팀플레이를 통해 가능하다
고객은 직원의 거울이다. 일본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 회사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대표적인 예가 이세탄 백화점의 ‘직장의 약속’이다. 목표는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직장의 약속’ 과연 누구와의 약속인 것일까? 이는 다른 팀에 대한 약속이다. 이를 통해 직원끼리의 인간적인 유대와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이세탄 백화점의 인간중심적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이세탄 백화점은 ‘직장의 약속’ 운동과 콘테스트를 통하여 사내조직이 서로 연계되어 노하우와 수행과정을 공유한다. 또한 이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기업 비전의 ‘고객과는 감성과 과학을 공유하자’라는 말처럼 감성을 닦아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직장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세탄 백화점의 ‘직장의 약속’과 ‘회사 전체의 약속’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기쁨을 선사하며 고마움을 느끼게 하고 감동시킨다. 그 결과 고객은 이세탄 백화점의 서비스를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따라서 이세탄은 고객의 불만에 대해 성심성의껏 대처한다. 때로는 고객의 집에 방문하여 고객의 자세한 사정을 듣기도 한다. 특히 고객 불만의 대부분은 전화응대에서 시작된다. 고객의 전화를 소홀히 처리한 행동이 나중에 고객의 불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세탄은 고객에게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없는 경우, 대충 답하지 말고 정확히 알아보고 확인한 후 ‘백화점 쪽에서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도록 지도하고 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걸 때는 30분 이내에 하고, 폐점 후 경비원이 전화를 받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경비원에게도 전화 매너를 지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직장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세탄 백화점은 유치하다고 여겨지기 쉬운 서비스의 기본 중의 기본을 추구하며, 인간다운 따뜻한 마음과 상품 지식을 숙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인재육성의 일환으로 사원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직원의 자발적인 자기계발도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세탄 백화점에는 3가지 규칙이 있다. ‘인사’, ‘전화응대’, ‘환경미화’ 이 3가지 모두 기본 중의 기본으로 아주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화려한 연출도 기본적인 서비스를 통해 그 빛을 발휘하게 된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는 기본이 그 반석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기본도 아닐뿐더러 유치하다고 생각될지 모르는 일을 철저하게 수행하며 노력한다. 어떠한 일에도 타협하지 않는다. 이를 회사 전체가 조직적으로 도구를 이용하여 가설, 실행, 검증해나간다. 이것들이 바로 이세탄 백화점의 독특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깨끗함, 매장유지, 에티켓 등의 ‘환경미화의 규칙’도 인사의 규칙과 마찬가지이다.
이세탄 백화점은 ‘판매인사 담당’이라는 지위가 있을 정도로 판매를 중시한다. 판매인사 담당이란 판매 부분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사람이다. 또한 판매력을 개발하는 직위도 있다. 이미 40년 전부터 판매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깊은 안목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판매 인사가 제안한 것 중 하나가 ‘교차조회’이다. 조회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우며 단순한 보고회가 되기 쉽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다른 매장의 매니저가 나와 조회를 하거나, 매니저가 다른 매장에 가서 조회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차조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사각지대 없는, 매우 독특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이세탄 백화점의 ‘금배지 제도’는 이세탄의 3대 사장인 고스게 탄지가 제창한 제도로서, 1966년 시작되었다. 오카이바에서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며, 이를 유지하는 데 매니지먼트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으로 비롯되었다. 금배지를 단 디렉터는 적절한 지시를 내린다. 판매지휘를 비롯하여 매장환경조성, 상품관리, 바이어와의 협력, 판매계획의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플레이’는 판매가 아니다. 개인플레이를 하나로 합쳐 ‘팀플레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배지 제도’와 같은 능숙한 디렉터와 판매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커스터머 어텐던트(Customer Attendant)는 플로어 차원을 넘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세가 하나의 체제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는 주로 남성관을 대상으로 하지만, 플로어 차원이 아니라 백화점 전체를 고객 옆에서 상세히 안내하는 것이다. 어떤 플로어, 어떤 코너에서든 베스트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안내자가 없으면 고객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세탄 백화점의 오카이바에는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망이 종횡으로 깔려 있다.
횡의 정보망 : 같은 플로어의 각 오카이바와 브랜드
종의 정보망 : 플로어와 플로어
이를 통해 지금까지 좁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제공했던 서비스를 백화점 전체가 이와 동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즉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노력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2~3마리 분의 사각지대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 있었는데, 이를 고양이나 개 크기 정도로 줄였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앞으로는 모기나 벼룩 크기 정도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에서 뭔가를 찾는다. 고객은 상품을 자신의 인간성과 개성을 보다 선명하게 표출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상품 마니아가 될 정도로 상품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워졌고, 상품의 품격과 개성에 강하게 집착한다. 또한 상품의 존재감을 중시한다. 상품을 단순한 물건 이상의 표출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 역사와 취향이 있듯 상품에도 역사와 개성이 있다. 브랜드는 개성 있는 독특한 역사가 응축되어 품질이라는 형태로 결집된다. 직원은 그런 상품의 역사와 개성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에게도 뭔가를 아는 고객과 같이 대해준다. 바로 여기에 이세탄 백화점의 서비스가 존재한다. 더 맘에 드는 상품, 더 잘 어울리는 상품을 발견하게 되면 고객은 감동한다. 그래서 이세탄 백화점에 또 가고 싶어지고, 이내 이세탄 백화점의 서비스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4장 바이어는 해외의 뒷골목까지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이세탄 백화점에서는 바이어가 바이어 업무만 해서는 실격대상자가 된다. 또한 판매원도 판매 업무에만 열중한다면 실격대상이 된다. 판매원은 바이어를 움직이게 할 정도의 고객욕구와 상품지식, 상품 동향 등을 볼 수 있는 안목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판매원이 바이어와 함께 상품을 매입하러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바이어들은 시간이 될 때마다 오카이바에 서려고 하는 것일까? 오카이바에 서 있지 않더라도 상품동향은 POS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POS 데이터만으로는 상품이 팔리는 이유를 명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 또한 판매하는 담당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상품을 팔고 있으며, 상품에 대한 판매원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더불어 고객에게서 직접 의견을 듣기도 해야 한다. 상품을 구입하거나 혹은 사려다가 그만두거나, 단순히 물건만 보고 지나쳐버리는 등의 고객 행동을 직접 관찰하고 그들의 욕구도 파악해야 한다. 이처럼 바이어는 고객의 욕구와 바람을 세심하게 정확하게 재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면 실격이 된다.
공급자 측의 관점에서 바라본 상품지식을 잘 숙지하고 있으며, 공급자와의 인맥이나 업계동향도 잘 꿰고 있는 수준의 바이어가 활약하는 무대는 많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서는 정말 필요한 상품지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필요한 정보는 고객의 욕구, 바람을 기점으로 바라본 상품지식이다. 대장장이가 철의 성질을 잘 알고 철을 제련하듯이, 고객의 기점에서 상품의 소재, 식품 재료, 품질을 잘 알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고객의 생활패턴을 중심으로 상품을 평가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 감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안목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따라서 바이어는 이런 소비자의 안목보다 더 좋은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 욕구에 맞는 혹은 그 욕구를 간파하는 새로운 패션의 상품과 높은 부가가치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세탄 백화점은 1켤레에 10만 엔 하는 ‘구두 페어’를 개최하여 3일 만에 120켤레를 판 적이 있다. 이 ‘구두 페어’는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몇 명의 남성 사원 발 모양을 떠서 영국 공장에 가져가 일본인의 발에 맞는 틀을 제작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OK 승낙을 받아 기획되었다. 이로써 이세탄 백화점은 영국제 구두로서 격조 높은 패션성을 갖춤과 동시에 일본인 남성의 발 모양에 딱 맞는 구두를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매출이 상승했다고 한다. 일반 바이어였다면 일본에 잘 알려진 브랜드를 찾아가 제작을 의뢰하고 만족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세탄 백화점 바이어는 ‘더 좋은 상품이 있을 거야’, ‘더 새로운 상품이 있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MD를 전개한 결과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것이다.
요즘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 이탈리아 외에 유럽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 많이 늘고 있다. 따라서 그곳에서 얻은 상품지식, 브랜드 정보, 디자이너 정보 등 이에 대한 체험이 다양하고 깊다. 이런 고객의 정보와 체험을 뛰어넘는 MD를 전개해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바이어는 해외의 유명 도시뿐 아니라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 뒷골목까지 뒤지며 돌아다녀야 한다.
이렇듯 다양한 노력을 통해 상품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익힘으로써 고품질의 상품을 매입할 수 있다. 그리고 품질에 딱 맞는 적당한 가격으로 물건을 매입할 수 있다. 또한 정확한 교섭이 가능하다. 대하기 벅찬 상대라 여겨지지만 거래는 계속하고 싶은 바이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거래처로부터 존중을 받게 된다. 이세탄 백화점의 바이어는 오카이바에 서서 상품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익히고, 마케팅과 MD 지식을 숙지하여 데이터를 실천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며, 고객의 욕구의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높은 부가가치의 상품을 제공한다. 밝은 자세로 고객을 대하는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분 좋은 고객들이 모인다.
상품은 만드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 소매업만으로는 고객기점을 실행할 수 없다. 거래처의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바이어는 열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관계자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높은 신뢰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터운 신용을 쌓자. 타인이 존재하고 그 다음에 자신이 존재하며, 자신이 존재하고 그 다음에 타인이 존재하기도 한다. 바이어는 고객의 삶의 방식을 생각하며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하늘이 없다면 새는 날 수 없다. 바이어는 거래처와 함께 소비자를 생각하며 일해야 한다.
5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대 위에서 하는 일
바이어는 고객의 구매 대리인으로서 고객의 변화하는 욕구를 파악하고, 그들의 안목에 맞는 품질 좋은 상품을 찾으러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 또한 상품 매입시 품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유통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 예로 이세탄은 방금 만든 초콜릿의 맛을 그대로 고객에게 전하기 위해서 초콜릿의 유통수단을 페리에서 항공편으로 바꾸었다. 또한 지금보다 더 달콤한 초콜릿을 찾아내고 더 나은 품질을 위해 항공편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알려 매출을 크게 신장시켜서 상품 회전율을 높여 원가율의 상승분을 상쇄시켰다.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고객의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보다 다채롭게 보다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1차적인 목적이며 판매는 그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1차적인 목적을 추구하면 그 부산물로서 이세탄 백화점의 매출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세탄 백화점이 상품을 소개하지 않는 리플릿을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가령 구두에 관한 리플릿에는 구두관리와 수선 방법 등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다. 고객의 맘에 드는 구두를 좋은 상태로 유지시키면서 오랫동안 신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고객에 대한 정보시스템은 있지만, 고객관리에만 치중되는 경우가 많다. 고객정보를 활용해야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욕구와 바람에 맞는 정확한 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세탄 백화점에서는 2002년 버전을 업그레이드하여 ‘신 고객상품 분석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고객을 수량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을 분석하고, DM 추출을 통해 고객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을 모색하며, 고객의 개인정보를 검색하거나 관리한다. 이와 같은 도구를 통해 고객의 소비경향을 심도 있게 연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이세탄은 매력적인 매장을 만들기 위해 물류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갔다. 1993년 ‘신 MD-Ⅰ’을 도입하였고, 1996년에는 ‘신 MD-Ⅱ’를 바탕으로 기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로써 매입 검품 작업을 효율화하여 물류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이는 ‘Quick Response’로 생활과 유통의 모든 프로세스에서 불필요한 상품과 시간을 없앤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주문상품의 접수에서 배송까지 예전에는 한 달 가까이 걸렸던 것이 3분의 1로 단축되어 10일 전후쯤에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화려한 무대는 높은 수준의 무대장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화려한 오카이바는 높은 수준의 물류 기능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이세탄 백화점의 상품제작 과정을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이세탄 백화점에만 있는 브랜드 상품을 찾는다. 둘째, 타사보다 먼저 독점 선행판매를 한다. 셋째, 제조회사와 장인과의 협력을 통해 이세탄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과거의 명품을 라바이벌한 제품을 만든다. 고객이 언제 가더라도 이세탄 백화점에는 제철 상품이 있으며 새로운 제안과 만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감’,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감’은 날카로운 센스와 감성이 풍부하며, 업계동향과 상품을 잘 알아 고객의 입장에 서서 가설, 실행, 검증을 전개하는 바이어만이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하루라도 빨리 분석하고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가능하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유동적이며 미분화된 가운데 자신의 새로운 욕구를 제시받을 수 있고, 매장구성과 배치, 상품구색과 진열, 고객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객의 욕구를 맞추기 위해서는 종합상품점이라도 ‘셀렉션 숍(Selection Shop)’이 되어야 한다. 이는 한 가지 상품을 중심으로 깊게 파고든 MD가 아니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여성은 감성에 따라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남성은 실용성과 품질에 집착하며, 상품만 괜찮다면 굳이 유명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다. 남성관은 이러한 남성의 특성에 맞추어 상품을 진열한다. 설비, 매장 집기도 남성의 특성에 맞추어 선택한다. 질을 중시하는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갖춘다면 상품수량은 적더라도 깊이 있는 상품구색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매출이 아무리 저조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매출은 유지된다. 또한 세계 유명 브랜드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백화점의 품격, 이미지가 정해지기도 한다.
고객의 욕구와 바람은 변해간다. 사회가치관도 변하고 생활패턴도 다양하게 변한다. 따라서 서비스 자체도 변해야 하며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머리를 쓰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이세탄의 매장은 고객이 갖고 싶어하는 상품을 바로 찾을 수 있는 곳이고, 고객이 기다리지 않고 기분 좋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이다.
목표는 꿈이다. 꿈을 달콤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반드시 이루겠다는 꿈이라면 그 꿈은 더 무거워질 것이다. 책임감도 무거워지며 부담 또한 상당히 커진다. 매력적이지만 이루기 버거운 꿈을 짊어지고 걷는다면,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딛지 않으면 쓰러지고 말 것이다. 또한 걷고 있는 동안의 꿈은 고통스럽고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이런 고통을 견디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꿈을 작게 나누어 그 작은 꿈들을 실현시키면서 큰 꿈을 달성해가야 한다. 계획을 세워 착실하게 걸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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