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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겨울나기 _ 도종환

by 홍승환 2009. 1. 2.

 

겨울나기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 2009년 기축년의 새해 첫 출근날입니다. ^^

  샌드위치연휴라 쉬는 분들도 많은 것 같네요.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모든일이 성취되시는 기쁨 누리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