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침의 시 한 편

사랑한 이야기 _ 김남조

by 홍승환 2007. 2. 1.

 

사랑한 이야기

 

                                 김남조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해 저문 들녘에서 겨웁도록 마음 바친
소녀의 원이라고

구김없는 물 위에
차갑도록 흰 이맛전 먼저 살며시 떠오르는
무구한 소녀라
무슨 원이 행여 죄되리까만

사랑한 이야기야
허구헌날 사무쳐도 못내 말하고
사랑한 이야기야
글썽이며 목이 메도 못내 말하고
죽을 때나 가만가만 뇌어볼 이름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꽃이 지는 봄밤에랴
희어서 설운 꽃잎 잎새마다 보챈다고

가이 없는 누벌에
한 송이 핏빛 동백 불본 모양 몸이 덥듯
귀여운 소녀라
무슨 원이 굳이 여껴우리만
사랑한 이야기야
내 마음 저며낼까 못내 말하고
사랑한 이야기야
내 영혼 피 흐를까 못내 말하고
죽을 때나 눈매 곱게
그려 볼 모습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
기막힌 이 이야기를 하랍니다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 오늘은 대설인데 비가 오네요.

   눈이 왔으면 좋았을텐데....ㅎㅎ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 차분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사랑 _ 임영준  (0) 2007.02.01
오늘을 위한 기도 _ 이해인  (0) 2007.02.01
사랑하는 이를 기다려보셨나요 _ 용혜원  (0) 2007.02.01
알게 될 때쯤 _ 이정하  (0) 2007.02.01
못잊어 _ 김소월  (0) 200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