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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한 편

어느 비 오는 날에 _ 고혜경

by 홍승환 2012. 9. 14.

 

어느 비 오는 날에

 

                                                 고혜경

 

 

어느 비 오는 날에 
바다 옆 오솔길을 거닐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두 주후 팔분의 육 박자 음표를 단 비가 
노래처럼 쏟아져 길을 나섰습니다 
해안도로 따라 코스모스에 일일이 인사 한 
바다 옆 오솔길 
파도가 창문을 여는 레스토랑 2층에 앉아 
헤즐러향에 녹는 사랑의 기쁨을 마시면서 
여자는 해초를 따서 건네는 데 
남자는자꾸 소나무 같은 말을 합니다 
얼마 후 신비한 빛깔로 둘러싼 
소나무 옆 바다 앞에 섰습니다 
일을 손에 물고 사는 남자에게 
가끔 바다에 나와 마음을 비우고 
자연에 몸을 맡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쉬어 갈 언덕을 만들어 달라고 
남자에게 쉼표를 끊어 주었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에 
여자는 마침표를 가슴에 찍고 
남자는 물음표를 손에 쥐고 돌아옵니다

 

 

* 2012년 9월 14일 금요일입니다.

  주말에 가을 태풍 소식이 있네요.

  수확을 앞둔 시기인데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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