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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옴니아2 고객우롱 처사와 대응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

by 홍승환 2011. 4. 1.

삼성전자 ‘옴니아2’ 보상 논란 앞과 뒤
“얌체보상 더 화나” VS “확정된 것은 없다”
[985호] 2011년 03월 29일 (화) 11:34:03 임준표 webmaster@ilyo.co.kr

   
▲ 지난 2009년 10월, 아이폰 상륙 한 달 전에 출시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옴니아2’. 90만원대 고가에도 55만 대가 팔렸지만 출시 1년도 안돼 ‘구식·단종 스마트폰’으로 전락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스마트폰 초기 모델인 ‘옴니아2’ 교체·보상 문제를 놓고 사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실 옴니아2 관련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불만과 비난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어정쩡한 태도가 소비자들의 ‘심기’를 더 세게 건드렸기 때문이다. 어떤 영문인지 따라가 봤다.

삼성이 ‘옴니아’를 출시한 것은 지난 2008년 10월의 일이다. 그리고 1년 후인 2009년 10월 ‘옴니아2’를 출시했다. 특히 옴니아2는 아이폰의 국내 상륙(2009년 11월)을 코앞에 두고 출시된 데다 외국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 삼성이 출시하는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옴니아2는 미흡한 점이 많았던 옴니아의 문제점들을 개선했다는 점, 스마트폰이 생소한 국내 시장에 아이폰보다 먼저 선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제조사인 삼성과 주 통신사인 SK텔레콤의 대대적인 마케팅도 옴니아2의 인기 비결 중 하나였다. 삼성은 옴니아2를 출시하면서 ‘아이폰보다 나은,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웠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합작으로 옴니아는 17만 대, 옴니아2는 55만 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90만 원이 넘는 고가였던 것을 감안하면 판매량이 적잖았던 셈이다.

옴니아2는 그러나 대대적인 광고와 달리 속도가 느리고 오류가 잦아 소비자들의 애를 태웠다. 게다가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한 후부터는 옴니아2에 대한 불만이 더욱 거세졌다. ‘스마트폰이란 이런 것’을 보여준 아이폰과 옴니아2가 너무 대비됐기 때문이다.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지만 막상 붙어보니 상대가 되지 않았던 셈이다.

게다가 2010년 6월 ‘갤럭시S’가 출시됨으로써 옴니아2는 삽시간에 ‘구식·단종 스마트폰’으로 전락했다.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옴니아2는 동작시 말썽이 많았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애플리케이션 활용 면에서도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옴니아2에서는 스마트폰 필수 메신저 앱으로 통하는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옴니아2는 외신으로부터 전 세계적으로 최악의 폰 중 하나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옴니아2 사용자들의 불만은 판매 초기부터 제기됐다. 갤럭시S로 교체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이는 삼성전자에서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1’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옴니아 고객의 불만을 잘 알고 있으며 회사 내에서 의견이 잘 정리되면 옴니아 고객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드릴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옴니아에 대한 고객 불만을 듣고 있고,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봉사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이 같은 말은 당연히 옴니아2 사용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해 줄 것’이라고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에서는 이후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옴니아2 고객들은 ‘부회장과 사장 말도 믿을 수 없는 것이냐’며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보상서명운동’까지 일어났다.

‘반 삼성’ 기운이 급속도로 퍼지자 옴니아2 교체·보상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 다시 흘러나왔다. 진원지는 물론 삼성전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에 제안한 옴니아 보상 정책의 요지는 이렇다.

‘SK텔레콤과 협의해 옴니아폰 고객들이 삼성의 휴대전화(갤럭시S)를 구매한다면 삼성에서 10만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할부 잔금은 삼성카드의 제로할부 선포인트로 해소해준다.’ 최 부회장과 신 사장이 옴니아 보상 문제를 언급한 지 무려 두 달 만에 삼성 측의 구체적인 방안이 흘러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는 오히려 고객들을 더욱 자극시켰다.

삼성 측에서 나온 보상 방안에는 크게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첫째 삼성이 만든 휴대전화를 재구매해야 하고, 둘째 삼성카드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고객의 경우 신규로 발급받아야 한다. 발급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포인트제이기 때문에 삼성카드를 엄청나게 사용해야 한다. 알려진 바로는 100만 원 쓰면 포인트는 5만 점 정도 쌓인다. 따라서 옴니아2 할부 잔금이 많이 남아 있는 고객일수록 삼성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액수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내포돼 있다. 주 사용 카드가 삼성카드가 아닌 고객은 다른 카드사에서 받았던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

옴니아2 사용자들과 네티즌들은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극단적인 경우 ‘지금 장난하느냐’는 반응까지 내비쳤다.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옴니아2와 삼성을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옴니아2 사용자들의 평가와 불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느린 속도, 무용지물처럼 된 앱 활용도, 피처폰보다 떨어지는 수신감, 먹통이 되는 현상….’

문제가 커지자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3일 기업 블로그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특히 갤럭시S로(의) 교체는 처음부터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22일 나온 보상 방안도 우리 쪽에서 밝힌 내용이 아니다”며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0만 원 지급, 삼성카드 선포인트제 등 너무 구체적인 이야기였기에 삼성전자 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미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215억 달러로 전 세계 기업 중 18위를 차지했다. 대내외적 수치와 결과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분명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전자 측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한 만큼 앞으로 ‘옴니아에 배신당한’ 사용자들을 어떻게 달랠지 주목된다.

임준표 언론인